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올해 겨울이 예년보다 온화한 기후를 나타내면서 벌써부터 여름 폭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은 여름이 오기 한참 전인 겨울철부터 에어컨 구매가 많아지면서 봄까지 판매율이 고공행진입니다.
매년 상반기 가전업체의 에어컨 판매 경쟁이 치열한대요. 각 사의 에어컨 판매율은 기업의 상반기 실적 지표에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업계 리딩을 서로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각 사마다 에어컨 점유율 수집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데이터 전문기관(GFK)에 위탁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전문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데이터를 통해 점유율 집계 및 분석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데이터 집계 방식이 다르다보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간혹 에어컨 점유율을 두고 옥신각신하는데요. 삼성전자는 자체 데이터와 외부에 의뢰한 데이터를 통해 객관성이 보장된다는 주장인 반면, LG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가전제품 점유율 집계 방식은 출고량(생산자가 생산품을 공장 또는 창고 등에서 시장에 꺼낸 양)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어컨 생산 공장에서 출고된 규모를 판매량과동일하게 보는 것인데요. 이렇게 출고된 에어컨은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매장으로 옮겨져 소비자에게 판매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2020년 무풍에어컨 10만대가 출고되면 점유율로 집계되는 형식입니다. LG전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점유율을 집계하는데요. 이밖에 출고량 기준이 아닌 판매량 기준으로 점유율을 계산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출고된 에어컨 중 실제 소비자에 판매된 에어컨을 집계해 점유율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최근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유통 채널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많아지면서 점유율 집계도 다소 복잡해졌습니다.
삼성과 LG 자사 온라인몰을 제외한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에어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데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때와 똑같은 서비스(배송, 설치 등)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온라인 채널에서 에어컨 판매 상승으로 점유율 집계가 어려워졌습니다. 온라인 플랫폼마다 직매입 혹은 개별 판매자가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등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채널에는 상품을 1차 판매한 이후 같은 제품을 여러 번 재판매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에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개별 대리점에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장에서 출고된 A제품을 B가 구매하더라도 다시 C에게 재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1개의 상품에 2명이 소비자가 발생해 이 경우 데이터가 부풀어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전업계도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판매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히 데이터를 집계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확한 점유율이란게 나올 수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점유율 집계가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온라인상의 판매 과정에서 허수가 존재하더라도 신제품 판매 전략을 세우는데 전년도 점유율 분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또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해야 시장을 리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복수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사에서 집계하는 점유율은 출고량, 판매량 등 기준에 따라 수치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점유율 규모가 똑같지는 않더라도 누가 시장에서 1등인지 촉각을 곤두 세우기 때문에 업계 리딩을 파악하는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