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외풍에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LCT 더샵 아파트(이하 엘시티)의 창문 개폐 폭을 줄이기로 시공사는 결정했습니다. 빌딩 상층부는 바람이 강해 창문을 활짝 열면 위험하다는 건데요, 사고가 주목받으면서 초고층 건물의 안전 기준을 보완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7일 뉴스웨이 보도에 따르면 시공사는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전 세대 환기창의 열고 닫는 폭을 절반으로 좁히기로 했습니다. 고층 강풍에 열려있던 창문이 흔들리면서 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시공사가 창문 설계를 수정하기로 한 겁니다.
지난달 7일 엘시티 85층의 한 미입주 세대에선 설치된 창문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유리 파편은 직선거리상 300m 넘는 곳까지 날려 오피스텔 창문과 차량 2대 위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시공사는 건물 설계나 시공의 문제가 아닌 이례적 사고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대 풍속이 강한 건 사실이나, 유리 두께가 35.52mm라 견딜 수 있다는 겁니다. 기본설계풍속 36.5m/s, 순간최대풍속 88m/s까진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시공사의 설명입니다.
시공사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해 “미입주 세대의 경우 내부를 둘러보던 고객이 창문을 열어보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당시 사고는 그러면서 누군가가 열어놓은 채로 방치된 창문이 강풍에 젖혀지면서 충격을 받아 사고를 빚은 것인데 지금은 창문관리실명제를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공사는 앞으로 바람에 의한 충격을 덜 받도록 엘시티 전 세대 환기창의 폭을 줄이는 공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사는 현재 입주한 세대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기존 유리창틀보다 안전성을 53% 높인 ‘정첩형 안전블록’도 추가 설치했습니다.
◇ 사고 빚은 ‘열린 창’ 관련 안전 기준 부족...지자체, 대책 마련 계획 불투명
작년 11월 완공된 해운대 최고층 아파트 엘시티는 현재 모든 세대가 분양된 상태며 입주가 진행 중이나 안전에 대한 논의는 매듭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강풍이 부는 지역의 초고층 빌딩에 대한 안전 규정이 미비된 상태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층빌딩 사이에 바람이 유입되면 풍속이 급등하는 ‘빌딩풍’ 현상 때문에 고층 빌딩의 안전 설계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해운대구청이 한국재정분석연구원에 발주한 ‘빌딩풍 피해 예방대책 학술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엘시티 지역의 빌딩풍(순간 최대 기준)은 일대 유입풍속의 2배인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가령 순간 풍속 44m/s 이상의 바람이 불면 엘시티 상층부에는 88m/s 이상의 강풍이 몰아치는 셈입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태풍이 상륙한 시점에도 해운대구 일대 풍속은 40m/s 미만에 그쳐 설계 안전 범위를 초과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설계 안전 기준이 ‘닫힌 창’이라 지난 1월 사고처럼 창문이 열린 경우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 건축물 안전 심의 시 마감재의 내구도 외에 풍속에 대한 안전 규정이나 설계 심의 기준은 없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빌딩풍에 대한 재난 가능성이 대두된 만큼 안전 점검 기준도 세밀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지금 마감재 안전 평가조차 안전점검회사 중 마감재를 전문으로 점검하는 업체가 없어 육안으로 확인하는 등 부실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뉴스웨이 보도에 따르면 해운대구청은 엘시티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앞으로 ‘인지될 경우’에 관계 부처와 합동 대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