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여·수신 금리를 잇달아 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사상 최초 제로금리에 은행들의 0%대 정기예금 시대도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연 1.25→0.75%)에 맞춰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금상품 금리를 연 1%대 초반으로 내린 가운데 추가적인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지난해 1% 초·중반대로 낮아졌습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연 1.05%), 신한은행 ‘신한S드림정기예금’(1.10%), 우리은행 ‘우리슈퍼주거래정기예금’(1.15%), 하나은행 ‘하나원큐 정기예금’(1.10%)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은행들이 추가로 금리 조정에 들어갈 경우 기준금리에 이어 예금금리도 0%대로 떨어지게 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와 연동돼 내려감에 따라 수익성 방어를 위해 예금금리도 갖이 낮춰야 합니다. 주요 정기예금 금리가 0%대에 들어서면 1억원을 맡겨도 월 10만원의 이자조차 받기 어려워 집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해 더 떨어지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추락하게 됩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에서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하고, 올해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은행에 돈을 넣어둘수록 손해(마이너스 금리)인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에 나선 시점이 멀지 않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곧바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을 때도 은행권은 눈치 보기를 이어갔습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은 금리 하락 4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수신금리를 낮췄습니다. 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고객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예·적금 금리를 많이 낮춘 상태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 폭이 워낙 크다보니 전보다는 서둘러 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추가로 내려야 하는데 0%대 금리가 확정되면 고객 이탈이 불가피한 만큼 누가 먼저 내리느냐의 은행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출금리 인하는 이달부터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시장금리에 자동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정기 예·적금 등 국내 은행의 전월 자금 조달 금리를 가중 평균해 매달 중순 산정합니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는 다음 달 중순 코픽스에 반영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수신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과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이익창출 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올해 사업계획을 준비할 때 기준금리가 이렇게까지 내릴 줄은 몰랐다. 2분기부터 여파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순익 목표 수정 등 대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