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10년 연속 적자(영업손실)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HMM(구 현대상선)의 주가가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연이은 컨테이너선 만선출항 호재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 특수로 인한 반짝 수요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HMM은 전날보다 9.9% 급등한 552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달에만 30% 넘게 급등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이미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23일 코로나 여파로 바닥을 찍었던 저점(2120원)에 비해서는 164% 가량 급등했다. 올해 초(3750원)와 비교해서는 50% 가까이 오르며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주가 급등 배경으로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을 연이어 만선으로 출항시킨 영향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HMM은 지난달 8일 알헤시라스호가 1만 9621TEU를 싣고 만선 출항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최다 선적량인 MSC사의 궐슨(Gulsun)호의 1만 9574TEU 기록을 깬 세계 신기록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주가 급등에 힘을 보탰다. 알헤시라스호가 지난주에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자 청와대는 관련 소식을 직접 전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2016년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상선의 경영 악화로 국내발 유럽 수출 화물을 외국 국적 선박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잃어버린 글로벌 핵심 항로를 되찾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발표 이후 HMM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 28일 알헤시라스호에 이어 또다른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인 ‘오슬로호’도 만선으로 출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다가 오늘 또다시 천장을 뚫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투자자들도 해운업을 살펴보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3년 만에 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것도 호재다. HMM 관계자는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알헤시라스호에 이어 오슬로호까지 만선으로 출항할 수 있었다”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경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대한민국 해운산업 재건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세계 물동량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탓에 해운사들이 선박 운항을 줄였고, 그 영향으로 운임이 반짝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운항하지 못하고 놀고 있는 컨테이너선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물동량 회복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HMM은 2011년부터 10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조 5131억원, 영업손실 2997억원, 당기순손실 58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영업손실이 34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