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미래차 협력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올인한 현대차는 첨단 IT·부품업체들과 협력이 필수적인데요. 이번 회동은 삼성과 SK, LG 등 다양한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미래차 경쟁력을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을 이끌고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등과 함께 삼성의 경영진을 맞았습니다. 재계 총수가 현대·기아차의 연구소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았던 것에 대한 ‘답방’의 성격이 강합니다.
앞서 1차 회동에서 두 총수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방안에 대해 논의했었는데요. 이번 2차 회동에선 배터리를 넘어 자율주행, 커넥티드 서비스 등 다양한 전장 사업 부문에서 협력을 타진했습니다. 이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경영진들은 수소전기차 ‘넥쏘’를 시승하고, 미래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는 더이상 완성차업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구글(웨이모) 등 IT업체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지 오랜데요. 미국의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K-모빌리티’가 시동을 건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5G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전장 기술력과 현대차의 완성차 제조기술이 합쳐지면 수준 높은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는 셈이죠.
또 현대차는 ‘NE’를 출시하는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NE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로, 1회 충전에 45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전기차용 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부품업체들과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삼성 역시 미래 먹거리를 확보를 위해 현대차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한 삼성은 지난 2017년 자동차 전장업체인 ‘하만’을 거액에 인수하며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삼성으로선 미래차 전장부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고객사가 확보돼야 합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를 구심점으로 한 국내 대기업 간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면 2025년까지 친환경차(전기·수소전기차) 133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그린뉴딜 목표도 힘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경쟁력은 6위권에 머무는 반면, 삼성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첨단 전장부품에 강점이 있다”며 “현대차는 삼성뿐만 아니라 LG(전기차 배터리), SK(자율주행 5G통신) 등과 적극 협업해 미래차 시장을 주도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속거래 제도를 바탕으로 협력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대기업들이 미래차를 구심점으로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게 된 셈”이라며 “총수끼리 한두 번 만나서 협력방안이 결정될 수는 없고, 합작법인 설립이나 실무진 TF 구성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재계는 이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도 현대·기아차의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앞서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던 정 부회장은 LG화학 오창공장(6월 22일)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7일)을 잇따라 방문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