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자본 잠식으로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스타항공이 사라질경우 16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입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습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날 오전 제주항공은 입장자료를 통해 M&A 무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명했는데요.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열흘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보냈는데요. 이어 16일에는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했다며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를 최종결정했다는 게 제주항공의 설명입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는데요. 여객 수요 급감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 회사는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녀 편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 의원은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혼자서는 회생이 불가능 상황입니다. 법정 관리를 신청해도 청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인데요. 올해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 명은 조만간 일자리까지 잃게 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선결조건 이행 등을 놓고 두 회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향후 두 회사는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주항공은 체불임금과 유류비 등 미지급금 1000억원을 해결해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책임은 인수자인 제주항공에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