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 보상에 대해 다시 한번 선을 그었습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은행자율협의체에 정치권이 나섰지만 향후 갈등을 봉합해 협의점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행장은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키코 관련 건은 직접 확인해봤지만 산업은행은 불완전판매를 한 사례가 없다”며 “아쉽지만 저희(산업은행)가 보기에는 투기 목적 투자 흔적도 많이 발견됐고 투자자도 굉장히 전문성을 가진 분이라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국감에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신청한 박선종 숭실대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박 교수는 ‘키코 상품의 특이성’과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박 교수는 “피해자들은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고 키코 상품 자체가 특이성이 강한 상품”이라며 “금융업에서 프로인 은행과 아마추어인 기업 간에는 정보력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프로끼리 거래하면 상관없지만 아마추어인 기업과 거래했다’는 언급은 불완전판매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이 은행장은 “금융상품에는 투기성과 헤지성이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라 투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이 상품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는 없고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봐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키코 피해업체가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정상 상품이라며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을 포함한 판매 은행에 불완전판매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와 같이 엇갈린 법원의 판결과 금감원 분조위의 판단에 대한 논쟁도 오갔습니다. 배진교 의원은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 법원의 사실 판단에 부족한 측면이 있을 수 있는지 질의했습니다.
박선종 교수는 판사는 법률 전문가고 파생상품 전문가는 아니라며 판결에 은행 측 입장을 많이 적용했다는 의문점 충분히 남아있다고 말한 반면 이동걸 은행장은 법원의 판결보다 분조위 판단이 맞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결책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첫 번째는 당사자인 은행과 기업 간 협의가 해결방법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가지고 법원에 다시 가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지지부진한 키코 배상 은행자율협의체가 최선이라는 겁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이 잘못한 점이 있다면 분명히 인정했을 것”이라며 “일례로 라임의 경우 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 과정을 인지하고 배상했다”고 힘 주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