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원래는 군인이었습니다.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던 여자 친구가 나오라고 꼬셨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먹여살려 줄 테니 다른 일을 해보라면서요.”
건설·부동산-IT 분야의 스타트업인 이음의 김병수 대표는 원래는 직업 군인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1년에 대위로 전역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현재 아내)가 권유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군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건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일이라는 게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면이 많습니다. 달리 얘기하자면 티가 잘 안 난다고나 할까요? 진급의 한계도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여친이 격하게 응원해줬습니다. 안 나올 이유가 없었죠. 하하.”
그가 사회에 나와 첫 일터로 삼은 곳은 고향인 부산이었습니다. 비록(?) 제대는 했지만, 자연스레 군인정신이 발동했습니다.
“큰 조직에서는 원 없이 일을 해봐서 그닥 미련이 없었습니다. 스타트업에 가서 ‘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었고 그러다 가게 된 곳이 아파트 관련 앱(어플리캐이션)을 만드는 곳이었고요. 3년 동안 월급도 안 받고 일을 했는데,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가 아파트너라는 회사도 설립하게 됐고요.”
지인과 함께 설립한 아파트너는 소위 ‘잘 나가는’ 회사였습니다. 수십억 원의 외부 투자도 유치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결국 가지고 있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그런 다음 독자적으로 설립하게 된 회사가 바로 이음입니다.
- 이음? 처음 접하게 됐을 때에는 ‘결혼정보회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음은 무얼 하는 회사인가요?
“이전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아파트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면 서비스 사용률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죠. 그래서, 관심도와 상관 없이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하는 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런 결과로 발굴하게 된 아이템이 바로 ‘아파트의 하자 보수’였습니다. 이음은 건설사와 입주민들이 보다 간편하고, 안전하고, 저렴하게 신축 아파트의 하자 보수 관련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 건설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데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본 일이 없어서 많이 생소한데요. 이음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인지요?
“이음의 채들 서비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 좋은 걸 왜 안 쓰지?’ 입니다. 그래서 저희 제안서의 제목도 ‘Why, EUM’입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 시공사와 입주민 간의 하자 분쟁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하자관리를 하기 위해 개발된 서비스입니다.
업무를 위해 지원하는 ‘시스템’이지만 건설사 직원과 고객이 동시에 만족하기 위한 ‘서비스’입니다. 입주 이전부터 시공사와 협력업체의 하자관리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제공해 ‘종이 없는’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입주민(고객)과 건설사 간의 쉽고 빠른 하자처리 시스템을 제공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이를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 바로 채들입니다.”
- 아파트의 하자 보수라는 분야에서 스타트업인 이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요?
“이음의 1차 유저(이용자)는 아파트의 하자보수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건설사 직원들인데요. 이 분들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를 고민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현실화한 게 이음(서비스)입니다. 아파트의 하자보수라는 게 업무 특성상,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부분을 이음의 서비스가 일괄적으로 처리해 줍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의 양적, 질적 측면 모두가 개선되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 건설사 측에서는 하자 보수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 혹은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들 우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있나요?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정보 유출은 예민한 이슈입니다. 사전에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라 설명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요.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오프라인 모드’라고 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하자보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실수든 고의든 건축물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음 서비스를 도입하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례로, 현장의 하자 사진을 촬영해서 등록하면 그 사진이 모바일에 남게 되잖아요. 그 사진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음 서비스는 본사의 서버로 하자를 전송하면 이와 동시에 사진은 업무용 모바일 기기에서 삭제가 됩니다. 또, 공사 현장에서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더라도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해 놨다가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곳에서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앞서 말씀드린 ‘오프라인 모드’라는 게 적용됐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 건설사들이 좋은 건 대략 알 것도 같은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뭐가 좋은 건가요?
“이음의 최종 고객은 입주(예정)자들입니다. 기존에는 아파트의 하자보수와 관계된 일들은 깜깜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입주가 시작되면 소위 건설사와 입주민의 전쟁이 시작된다고까지 얘기하게 됩니다. 입주자용 앱을 통해서 고객들은 내가 원할 때 하자보수를 요청할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A/S) 처리의 진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자처리를 위한 방문 일정과 작업자 정보가 자동으로 입주민에게 발송되기 때문에 당연히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전에 건설사 쪽에 얘기를 들어보니 입주민들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좀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던데요.
“저희도 비슷한 걱정을 했습니다. ‘행여나 건설사와 고객들 사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되면 어쩌지?’ 하는...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하자를 접수하고, 건설사는 빗발치는 민원요청에 난감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려웠지요. 그런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건설현장에 도입해서 운용해 보니 강성고객들이 순화되더라고요. 언제든지 하자보수를 접수하고, 처리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돼서요. 요즘은 언택트 시대가 아닙니까. 비대면으로 신청하니 입주자들과 건설사 직원들이 직접 만날 필요도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 그러고 보니 꼬치꼬치 너무 업무적인 얘기만 나눈 것 같네요. 이음은 부산에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지방에 있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뭐가 있을까요?
“대표적인 단점은 비즈니스 파트너의 대부분이 서울에 있다는 겁니다. 회사가 지방에 있다고 하면 대개들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아마도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부산에서 회사를...?’ 하는 인식이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단, 대표번호와 팩스번호는 ‘02(서울지역 번호)’를 씁니다. 뭐, 첫 인상부터 편견을 가지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 장점은요?
“크게 없습니다. 우선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는데, 다행히 함께 일하는 분들은 다 능력자들입니다. 서울에 모든 기업들이 몰려 있이요. 지방에서 회사를 하면 지자체에서 많은 혜택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단, 삶이 좀 여유롭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일을 할 때에는 치열하게 합니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워라벨'(일과 업무의 균형)이 잘 유지되는 편입니다. 서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다릅니다. 다들 뭔가에 쫓기듯 사는 것 같은데, 워라벨 때문에 굳이 서울로 안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산은 낭만과 열정의 도시잖아요. 여유와 낭만, 일의 열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이음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거 같아요. 열심히 찾아본 핑곗거립니다. 하하.”
- 결국, 뭘하고 싶으신가요?
“적어도 집(home)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이음’이 많은 면에서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더. 너무 추상적인가예? 일단, 건설사와 입주자들이 억쑤로 편하게 하자보수 관련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부터 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