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홍승표 기자ㅣ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재건축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가장 큰 난제는 ‘수직증축 조건 완화’와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입니다.
우선 수직증축의 경우 아파트 층수를 확장하는 리모델링 공법입니다. 수평증축은 아파트 앞면과 뒷면으로만 증축이 가능해 가구 수가 그대로 유지되나, 수직증축으로 리모델링을 할 경우 14층 이하 건물은 2층까지, 15층 이상 건물은 3층까지 증축 가능합니다.
때문에 수직증축으로 리모델링을 할 경우 최대 15%까지 가구를 증가시킬 수 있어 잔여분에 대한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수직증축은 상당히 까다로운 규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우선 B등급 이상의 안전등급을 확보하고 2차례의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까지 거쳐야 합니다. 1차 안전진단에서 C등급만 받으면 사업조건이 충족되는 수평증축보다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3개 층 수직증축을 허가받은 전국 단지가 송파 성지아파트 1곳밖에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성지아파트는 지난 1992년 성지건설이 송파구 송파동 일원에 공급한 아파트로 전용면적 66~84㎡, 2개 동, 15층, 298가구로 조성된 단지입니다. 지난 2020년 국내 첫 3층 수직증축 리모델링 아파트로 승인받았으며 현재는 입주민이 모두 이주하고 공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지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이 리모델링 시공을 맡게 되며 80~103㎡, 지상 18층, 2개 동, 340가구의 아파트로 재탄생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수평증축보다 3개나 더 있어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기존 건물에 층을 올리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오를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기존 아파트가 들어선 토지의 지지기반이 약한 곳일 경우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지반이 단단한 곳에 직접기초공법으로 지은 성지아파트와 달리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지반이 약한 땅에 사용되는 공법인 말뚝기초(파일 파운데이션)로 지어진 사례가 많다”며 “최근 4개 단지가 도전했으나 실패하는 등 말뚝기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현재 수직증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리모델링 단지들은 수평증축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여기에 별동(새 건물)을 따로 짓는 ‘수평증축+별동 시공’의 복합 방식을 통해 신규물량 확보에 의한 사업성 증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직증축은 건물 층수를 높이는 고도의 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의 담보가 필수”라며 “진입 문턱을 낮추더라도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활성화 최대 화두 ‘내력벽 철거’..아직은 ‘답보’ 상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의 최대 관건은 사실 수직증축보다 기존 아파트의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경우 ‘세대 간 내력벽’에 대한 철거 허용을 의미합니다. 수직증축은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통과할 경우 사업 추진이 가능하나 내력벽 철거 문제는 아직도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파트를 구성하는 벽은 보통 세대 내 비내력벽과 세대 내 내력벽, 세대 간 내력벽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대 내 비내력벽은 지탱 없이 가구 내 공간을 구분하는 차원에서 석고보드, 합판, 벽돌 조적 등으로 구성된 벽을 의미합니다. 세대 내 내력벽은 가구 내에서 상부하중을 지탱해 주는 벽을, 세대 간 내력벽은 하중을 지탱해주면서 개별 세대를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벽입니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허용될 경우 리모델링 아파트를 앞뒤로만 아닌 좌우로도 확장할 수 있어 신축 아파트에서 많이 도입되는 3~4BAY 형태의 채광구조 구성은 물론 밸런스를 갖춘 면적 확장 및 다양한 특화설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상 신축 아파트 수준의 설계가 가능해져 사업성 증대와 활성화에서도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이 입증될 시 철거가 일부분 허용되는 세대 내 내력벽과는 달리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채 계속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내력벽 철거 시 건물을 받치는 파일에 무게하중 집중으로 인한 위험부담 가중 등의 안전 불감 요소로 정부에서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 별표4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가기준에 따르면, “내력벽의 철거에 의해 세대를 합치는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철거를 하면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시 세대합병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철거 불가’나 다름없는 규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초 법적으로 리모델링 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에 대해 일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며 당해 8월 무산됐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내력벽 철거와 관련한 연구 결과 발표 또한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한없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설업계에서도 건물을 받치는 벽에 대한 공사 과정이라는 것에서 안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올해 초 건설현장에서 큰 붕괴사고가 터지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되며 건설업계에서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안전이 필히 담보돼야 하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또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업계는 내력벽 철거 시 이를 보완하는 보수공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적 과정이기 때문에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동훈 위원장은 “리모델링 시 내력벽 철거를 하게 될 경우 전체적으로 이에 대한 안전하고 충분한 보수보강 과정까지 거치게 된다”며 “내력벽 철거라기 보다는 내력벽 조정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철거만 하는 과정이 아니므로 허용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도 본질적 의미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는 안전에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신중히 풀어야 할 문제”라며 “건물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벽을 건드린다는 것 자체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 최신 공법상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리모델링 돋보기 ①]재건축 ‘대안’넘어 정비사업 ‘대세’ 굳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