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2015년도 배당규모가 직전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보험사의 배당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보험사 배당 규제에 관해 엇박자를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IFRS4 2단계 도입 준비 차원에서 지난해 자본적정성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권역의 '자본완충제도'를 추진했지만 금융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완충자본이란 위기상황에서도 최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경기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본적립기준'이다.
자본의 기준은 자본보전완충자본과 경기대응완충자본으로 구성된다.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자기자본이 경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은행의 배당 등 이익배분을 제한해 실질적 자본규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서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작년 보험사의 배당규모는 대부분 전년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동양생명은 작년에 633억원을 현금 배당했고, 배당성향은 40.5%로 전년(35%)보다 크게 올랐다. 삼성생명은 순익이 1200억 가량 줄었지만, 총 배당금 3328억원(배당성향 27.2%)으로 작년과 비슷하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현대해상의 경우 작년 순이익이 2123억원으로 전년(2349억)보다 줄었지만, 배당(598억원)은 오히려 늘렸다. 동부화재는 981억, 메리츠화재는 602억원으로 배당을 늘렸다.
보험사가 이같이 고배당 성향을 보인 데는 규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서로 다른 입장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금감원은 과거부터 보험사의 고배당 정책을 제한하고, 대신 사내 유보금으로 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위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
지난 2012년 IFRS4 2단계 도입 준비차원에서 추진했던 LAT평가 제도개선 문제가 그러한 예중 하나. 당시 금감원은 책임준비금 결손금(LAT 평가기준)의 일부를 매년 이익잉여금에서 쌓도록 해 고배당 기조를 우회적으로 차단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또 작년에는 RBC비율과 가용자본 이익잉여금을 엮는 등 현행 RBC제도 개정을 추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LAT결손 준비금을 가용자본 이익잉여금에서 차감하면 RBC비율에 반영되는 방안으로, 회사에서 이익잉여금을 많이 차감할수록 RBC비율이 낮아지게 되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재무건전성 감독차원에서 과도한 배당성향을 보이는 보험사에 한해서는 재무건전성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특히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고배당 성향을 차단하려고 제도적인 장치를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국제회계기준서가 확정되는 올해 말 자본완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배당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국회계기준서가 명확히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국이)배당까지 제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했다”며 “지난 중순에 기준서 작성에 돌입했으니, 올 연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은 대규모의 현금배당을 속속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고배당 성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상급 기관인 금융위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배당을 실시해도 된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예전부터 배당규모를 제한하려고 여러 방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안다”며 “결과적으로 (금감원이)관여할 수 없게 돼 '현금배당 결정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따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사가 IFRS4 2단계 도입 때 늘려야 하는 자본금 규모는 약 56조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말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를 실시한 결과, 삼성생명은 22조원의 준비금을 쌓아야 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7조원과 5조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동양생명도 준비금 규모가 1조원 가량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