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중국의 안방보험그룹이 독일계 생명보험사인 한국알리안츠생명의 새 주인이 된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이어 또 다시 생명보험사를 인수, 생보 업계 5위 생보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올해 국내 보험사들의 매각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방보험이 다른 금융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안방보험그룹과 독일 알리안츠 그룹은 지난 5일 한국 알리안츠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매 가격은 2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안방보험, 동양생명 인수 1년도 안 돼 또 다시 ‘몸집 불리기’
안방보험그룹은 지난해 2월 생명보험사 업계 8위인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이 후 1여년 만에 알리안츠생명의 대주주가 되는데 성공했다. 안방생명의 대표인 야오다펑과 조지사르토렐 알리안츠생명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최고경영자는 지나 5일 만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알리안츠본사는 오늘(6일) 한국 알리안츠생명에 안방보험과의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월 말부터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의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아침에 한국 알리안츠 쪽에 확인해 보니, 오늘 새벽에 본사로부터 (계약)체결했다는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앞으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작년 동양생명을 인수할 당시 이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어 수월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방생명보험 대표와 알리안츠생명, 동양생명 사장이 함께 금융당국을 방문해 계약 내용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안방보험은 앞으로 두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번 동양생명 인수에 이어 두번째 보험사 인수기 때문에 인수과정을 모니터링 해왔다”며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조만간 감독원에 방문해 계약과정을 주로 설명하는데, 회사 운영 방식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자산 40조 육박..국내 생보업계 5위로 '껑충'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의 대주주가 되면, 생보업계 5위사로 껑충 뛰어 오른다. 지난 1월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은 23조 1235억원을 기록, 알리안츠생명 자산은 16조 6954억원이다. 두 회사를 합친 자산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에 이어 국내 생보업계 5위권이다.
한국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1999년 알리안츠그룹이 당시 생보업계 4위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했다. 이 후 '연금이 강한 보험사'의 이미지를 구축해 연금과 저축성 상품, 보장성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해 왔다. 현재 생보사 10위권 규모에 속한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전속 설계사는 3418명으로 국내에 21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손실(-874억원)을 기록하면서 독일 본사에서 한국법인을 철수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
안방보험은 당분간 두 회사를 따로 경영하고, 합병 여부는 추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동양생명과 합치는 과정에서 중복되는 업무 등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종업체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합병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 국내 보험사 먹는 거대 공룡..다음 타깃은 손보사?
안방보험은 작년 동양생명의 새주인이 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안방보험그룹은 2004년 설립된 보험사로 지난 10년 동안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을 통해 10여년 만에 2014년 기준 총자산 1조위안(약 170조)의 대형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안방보험그룹은 중국 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건강보험, 자산운용사 등 1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에 단독으로 입찰해 국내 금융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 후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사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안방보험그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국내 보험사들의 매각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방보험이 다른 금융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4)2단계 도입으로 자본확충 부담으로 보험사 매물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안방보험은 현재 매물로 나온 국내 생보사(PCA, KDB, ING생명)의 추가 인수에 대한 의사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손해보험사의 인수 타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사 인수를 통해 시너지 창출에 주력한다면, 생보사에 이은 손보사 인수로 보험업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한국 시장의 선진기법을 배울 수 있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며 “게다가 중국정부가 금융사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어, 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