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석규 기자ㅣ"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고 물가상승률이 수개월내 고점을 지나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하에서 점진적인 인상 경로가 바람직하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27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금요강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서 위원은 "향후 점진적인 금리인상 인상경로가 바람직하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경우 통화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성장이 둔화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의 상황이 올 경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 위원은 "물가의 상승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의 하방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간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심화된다면 정책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현재와 미래의 성장·물가 경로를 조심스럽게 점검하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서 위원은 '적절한 통화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트레이드 오프 상황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6차례에 걸쳐 0.5%에서 2.25%로 1.75%p 인상했습니다. 7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습니다.
서 위원은 또한 "미국, 중국 등 경기둔화로 우리나라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민간소비도 실질구매력 감소 등으로 하방리스크가 커지는 등 올 하반기 경기전망 불확실성이 늘었다"며 "모형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1.75%p 인상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이 0.4%p 정도 낮아지는데, 빠른 금리인상이 소비여력 축소·비용 상승·주택가격 기대심리 약화 등을 통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위원은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강조하면서도 "최근의 경제금융상황을 감안하면 물가 안정에 더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찬성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서 위원은 "인플레이션의 높은 지속성이 예상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긴축을 중단할 경우 추후 인플레이션 재발로 더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성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서 위원은 "최근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도출한 실질장기금리가 중립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금리인상 속도는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시스템과 소득불균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물가 정점 시기에 대해 서 위원은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6%를 상회하다가 3분기 고점을 보인 후 서서히 하락할 전망이다"며 "다만 내년에도 수요와 공급측면의 압력이 지속되면서 3%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며 특히 겨울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물가 고점은 이연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서 위원은 민간부채에 대해 "소득, 고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계·기업의 취약차주, 청년층 과다채무자, 유동성부족 자영업자 등 취약부문의 부실화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더해 서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자산불균형이 심화된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감소와 부채상환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장기적으로 금리정상화는 자산불균형 완화를 통해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통해 필수재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지출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