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금호전기가 지난해 발행한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기간이 다음달 도래한다. 현재 시가총액보다 큰 규모이다보니 시장에 물량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운데 기업사냥꾼으로 보이는 최대주주 세력이 콜옵션 70% 조건을 바탕으로 해당 CB에 대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만큼 시장에서는 CB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신사업 투자에도 명확한 성과가 부재하면서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애초 시세차익만 노린 300억 CB..콜옵션 70% 물량 어디로?
12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전기가 발행한 다수의 CB들은 최근 한달여 사이 16차례 전환가 조정(리픽싱)이 이뤄졌다. 지속되는 적자와 자금난, 주식수 증가 등으로 주식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미상환 CB의 전환가 리픽싱이 대거 일어난 것.
금호전기는 약 500억원 규모의 미상환 CB를 떠안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보다 큰 규모다. 최근 이들의 전환가격이 대부분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자 잠재 주식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상환 전환사채의 잠재 주식 수는 3936만여주로, 현재 총 주식수 2755만여주 대비 140% 해당하는 물량이 주식으로의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발행했던 300억원 규모의 9회차 CB 전환기간이 다음달에 도래하면서 본격적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해당 CB는 발행 금액에 해당하는 300억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맡기며 실제 자금 운용이 불가해 논란이 일었던 사채다. 사실상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보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측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발행했다고 볼 수 있는 사채이기 때문이다. 당시 금호전기는 해당 자금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재무 상황 개선에 기여하기보다는 1년이 지나면서 대규모의 잠재 물량이 주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해당 CB에 붙어있는 무려 70%에 달하는 콜옵션(매도청구권)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전환 기간이 도래함과 동시에 금호전기는 콜옵션을 행사, 이를 통해 210억원 규모의 CB를 회수할 수 있다.
금호전기의 재무상황 등을 감안할 때 해당 CB를 소각하기보다는 재매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최대주주 세력이 해당 CB의 콜옵션을 통한 시세차익 실현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금호전기가 발행한 또 다른 CB들 역시 여러 단계를 거쳐 이들 손으로 흘러들어갔을 뿐 아니라, 과거 타 상장사에서도 이들은 지분과 CB를 통한 시세차익 실현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신주홀딩스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규용 씨를 비롯해 특별관계자인 정헌욱 씨, 유미애 씨, 양정산업 등은 금호전기 1, 2회차 CB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CB는 수차례 손바뀜이 일어난 후 이들이 보유하게 됐다. 그 사이 주가 하락에 따른 수차례 리픽싱으로 보유 물량이 크게 늘었다.
3, 4회차 CB의 경우 애초 이홍민 대표가 이사로 등기돼 있는 투엠인베스트먼트에 발행됐지만 납입 직후 성낙범, 전성희 씨 등 다양한 인물에게 분할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는 정 씨의 우군이자 금호전기 임원인 민수정 씨, 김영달 씨에게 흘러들어간 물량이 존재하고 일부 시세차익 실현 정황도 나타난다.
다만 금호전기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환가액이 1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최저 조정가액은 500원이란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전히 추가적인 주가 하락에도 큰 폭의 리픽싱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리픽싱 후 한차례 주가가 상승하기만 하면 해당 CB들은 주식으로 전환 후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CB 보유자로서는 이 과정에서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한 알짜 CB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전기 최대주주의 히스토리를 살펴봤을 때, 애초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CB 발행보다는 전환 후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주가가 오르기만 한다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한 해당 CB의 향방이 궁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달 자금 신재생·NFT 신사업에 투입했지만..성과 부재
금호전기는 지난 2020년 새로운 최대주주 등극 이후 신사업에 수십억원씩 회삿돈을 밀어넣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부재하면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NFT(대체불가토큰) 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명확한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전기는 지난 2020년 창업투자회사 디랩벤처스 인수를 통해 신재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회사 측 공시에 따르면 디랩벤처스 실사내용에 대한 양사 협의사항이 발생하며 잔금지급 예정일이 3개월 미뤄졌다. 반면에 디랩벤처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에어프런티어는 금호전기 측의 무리한 잔금 조정 요구로 매각 철회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양사는 합의에 완료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 2월 금호전기가 디랩벤처스 주식 600만주를 23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이후 추가로 지분을 확보했지만 디랩벤처스를 통한 신사업 진행은 부재했다. 당시 조윤희 디랩벤처스 대표가 중국 투자 경험이 다양하다는 것을 배경으로 중국 시장 확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인수 후 사업 진행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금호전기는 같은 해 6월 디랩벤처스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신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불과 4개월만에 지분을 처분하면서 사실상 신재생 사업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어 금호전기는 올해 1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브릭메이트 지분을 인수하며 NFT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브릭메이트 운영사 에이릭앤컴퍼니의 구주와 신주 1272주를 주당 약 735만원에 93억원 가량을 들여 인수했다.
금호전기는 최근 본업보다 브릭메이트 관련 홍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사업연도 재무현황을 기준으로 브릭메이트는 당기순손실 1억 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열악한 재무상황 속에서 신사업을 추진한다며 적지 않은 회삿돈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 NFT 등 당시 뜨거운 신사업에 편승하며 주가 변동 모멘텀으로 활용하기만 하는 건 아닌지 투자자들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재무상황 속에서 회사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