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우리금융그룹에 '선택의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는 3월25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재신임 또는 리더교체의 갈림길에 선 것입니다.
당면한 최대변수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입니다. 이른바 라임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기업 전환사채(CB) 등을 편법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편입돼있던 주식가격이 폭락, 환매가 중단돼 고객 피해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해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했다고 판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태승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는 '업무일부정지' 제재를 결정했습니다.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초 금융위원회의 제재조처 의결로부터 파생된 우리금융그룹의 리더십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으로 향후 80일 동안 분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분수령은 이달 18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 4일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회동을 갖고 오는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차기 회장과 이사진을 선임하는 절차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처와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수차례 발언에도 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손태승 회장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리금융그룹도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와 별개로 라임펀드 제재 대응을 두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임추위 가동을 결정한 4일 우리금융 사외이사와 함께 우리은행 사외이사들도 모여 금융당국 제재를 놓고 소송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정작용의 적합성·필요성·상당성 등 행정기본법상 '비례의 원칙'에 견줘 쟁송의 승산을 타진하는 것은 물론 제재의 근거가 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법리도 정치하게 살펴봐야 하는 문제인 까닭입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소송전 자체를 피할 길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투자금 전액을 고객에 배상하는 한편 이 펀드를 제조·운용한 신한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600억원대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금융당국 제재조처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아보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금융 스스로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구상권 소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사태와 비슷한 이슈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도 금융당국 중징계에 맞서 소송을 벌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지 않았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가지 문제의 형평성 관점에서 라임펀드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건 부담스러울뿐 아니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 소송 등 해야할 일을 다하지 않는다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