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찬 심리상담사ㅣ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카운터 펀치>(연출:유선동/극본:김새봄/출연: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 안석환, 유인수, 강기영, 김히어라, 김현욱 등)는 웹툰이 원작이고 <경이로운 소문> 시즌1의 성공으로 이미 소문난 드라마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어벤져스>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과 같은 카운터들이 나온다. 다만, 카운터들은 어벤져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카운터들은 생활밀착형 유니폼처럼 추리닝을 입고 다니면서 국숫집에서 일을 한다. MZ세대들의 프로 N잡러처럼 다른 일도 하면서 악귀들이 나타나면 초능력적인 힘을 발휘하여 악귀들을 소환한다. 카운터들은 악귀들로부터 지구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합쳐 싸운다. 카운터들은 확대된 가족처럼 보인다. <경이로운 소문> 시즌1에서도 가족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한국은 혈연중심의 가족 문화가 깔려있다. 한국의 혈연중심 문화는 국내 입양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음에도 해외 입양이 더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심리상담학에서 말하는 좋은 가족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가족 간에 긍정적인 의사소통이 잘 된다.
카운터들의 본부인 국숫집의 분위기는 이제는 보기 어려운 삼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같다. 카운터들은 카운터가 되기 전에 원래 가족이 있었고, 그 가족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들이 있었다. 카운터가 된 후 이전 가족에서 경험한 아픔과 상처가 국숫집의 새로운 가족 안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가족은 아픔과 상처도 있지만 치유와 회복도 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경이로운 소문(조병규 분)에게는 할아버지 같은 최장물(안석환 분)과 할머니 같은 추매옥(염혜란 분)이 있다. 그리고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아버지 같은 가모탁(유준상 분)과 누나인 도하나(김세정 분)가 있다. 그리고 <경이로운 소문> 시즌2에서 국숫집 가족에 새롭게 입양된 소문의 형인 나적봉(유인수 분)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악귀들도 가족을 만들어서 나온다. 필광(강기영 분), 겔리(김히어라 분), 웡(김현욱 분)은 악귀들인데 가족처럼 함께 지낸다.
악귀들의 가족 모습은 국숫집 카운터들의 가족과는 사뭇 다르다. 악귀들은 가족 간에 따뜻한 정(情)이 안 느껴진다. 악귀들은 폭력 영화에 나오는 폭력배들이 함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 간에 있어야 할 사랑, 존중, 공감, 배려 같은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악귀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모여있을 뿐이다. 틈만 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려고 한다.
악귀들이 형성한 가족에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만 있다. 가장 힘센 자가 지배하고 힘이 약한 자들은 복종한다. 아프리카 맹수들의 세계와 비슷하다. 비록 가족처럼 보여도 말이다. 가장 힘이 센 필광(강기영 분)이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가족을 통제하고 지배한다. 겔리(김히어라 분)와 웡(김현욱 분)은 마치 폭력 영화에 나오는 똘마니들처럼 보인다.
경이로운 소문이 사는 국숫집에서도 힘으로 보면 소문이 우두머리여야 한다. 그러나 국숫집에 모여사는 카운터들은 악귀들처럼 하지 않는다. 서로 간에 사랑과 연민이 있다. 보통 가족 외에 사회적 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정서들이다. 국숫집에는 가족 간에만 느낄 수 있는 정서적 따뜻함이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많이 사라져 가는 가족 분위기이다. 혼자가 편한 회피형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회피형은 보통 가족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이니까 말이다.
한국은 가족 형태가 대가족에서 급격하게 핵가족화되었다. 요즘 부모들은 경제적이고 자아실현적인 이유로 각자 바쁘다. 아이들은 경쟁적인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로 더 바쁘게 지낸다.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정서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카운터들처럼 함께 밥 먹고, 서로 이야기하고, 안위를 걱정해 주고, 마음을 공감해주고 하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다. 카운터들의 삶을 보면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가족끼리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가족 안에서 긍정적인 정서 경험이 많은 시간이어야 한다.
<경이로운 소문>은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문화적으로 사람들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율성이 모호하면 건강한 개인주의도 아닌 이기적인 자기 중심주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발달한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오히려 심리상담이 활성화된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한국은 공동체주의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급격하게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개인주의화된 사회 속에서 외로움과 고립을 더 충격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카운터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카운터가 되기로 결심하고 국숫집에 모여 산다. 죽어서 고립되는 것보다는 가족으로 모여사는 불편감을 선택한 것이다. 익숙한 혈연을 넘어선 확대된 가족을 만들었다. 국숫집 카운터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원래 가족이 좋은 가족이라면 무조건 감사할 일이다.
그렇다고 원래 가족이 좋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카운터들처럼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확대된 가족을 만들어 가면 된다.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악귀들과 같은 가족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악귀들은 착취하기 위해서 가족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착취 대상이 되면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으려 하지는 말자.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