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펫사료 및 세탁세제 업체 전진바이오팜의 인수합병(M&A) 과정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경영권 변경 소식이 발표되기 전후로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변경 예정인 최대주주와 주요 투자자들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경영권 인수와 자금 납입을 예고한 법인들을 취재한 결과, 실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납입 능력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단가를 시가(직전 주가)보다 6배 가량 높은 수준으로 책정한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진바이오팜 주가는 지난 16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튿날에는 장중 26%대까지 치솟았다가 쏟아지는 매물에 밀려 순식간에 마이너스 20%를 찍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경영권 변경과 대규모 투자 예고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앞서 발표 직전부터 거래량 급증과 함께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사전에 대규모 매집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전진바이오팜은 최대주주 이태훈 씨와 특수관계인 우상현 씨가 55만 3085주를 다빈비엔에스라는 법인에 총 220억원에 양도할 예정이라고 16일 공시했다. 다음달 24일에 잔금 지급과 함께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전진바이오팜은 총 2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경 예정 최대주주인 다빈비엔에스와 티앤씨테크라는 법인이 각각 80억원,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서영컴퍼니라는 업체가 CB로 200억원을 넣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들 법인들의 정체와 납입 능력이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자본잠식 법인이 포함돼 있는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 턱없는 수준인 곳들이다. 사업 연관성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빈비엔에스는 자본금 1억원에 지난 2014년 설립된 업체다. 주 사업은 의류 유통업으로 기재돼 있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 26억원, 당기순이익 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 7억원의 법인이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를 합쳐 총 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만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전진바이오팜 주식을 수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이겠다고도 밝혔다. 계약일 기준 전진바이오팜 주가는 6800원이지만, 다빈비엔에스는 이보다 6배 가량 비싼 1주당 3만 9777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빈비엔에스의 자금 납입 능력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주가 대비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보니 예정대로 계약이 완료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계약 내용이 변경되거나 무산될 경우에는 물량털기용 주가 띄우기 시도가 아니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진바이오팜은 상반기 말 기준 241만주 규모의 미상환 CB를 품고 있다. 8~9회차 CB가 그 대상으로, 주당 3605원에 주식으로 바꿔 상장시킬 수 있다. 내년 중으로 전환 가능 기간이 끝나는 물량들이다. 실제로 전진바이오팜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대규모 물량이 CB에서 주식으로 전환돼 추가 상장이 이뤄진 상태다. 최근에는 M&A 소식 발표와 함께 남은 물량에 대한 재매각도 발빠르게 이뤄졌다.
전진바이오팜 인수 경위와 자본 조달 방법 등에 대한 질문에 천홍기 다빈비엔에스 대표는 “내부적인 사안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며 “사안이 진행된 뒤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CB로 200억원 투입을 예고한 서영컴퍼니는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업체다. 매출 2300만원, 당기순손실 1600만원을 기록했다. 실질적인 사업은 영위하지 않는 장부상 회사로 추정된다. 서영컴퍼니의 등록된 주소를 방문한 결과 해당 위치에는 뉴덕흥기업이라는 업체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서영컴퍼니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주체들의 정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영권 양수도와 대규모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코스닥 M&A 전문 세력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