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백화점 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20%대에 달했던 매출 성장률은 2년 만에 3%대로 내려앉았고 고물가 기조 속 점포 운영을 위한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도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고가 위주 명품 브랜드 매출은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백화점 업계는 식품·패션·체험 콘텐츠를 확대하며 '오고 싶은 백화점 만들기'를 반전 카드로 꺼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는 지난해 최대 매출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롯데백화점 매출은 3조30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조5570억원, 현대백화점 매출은 2조4026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2.8%, 4.9% 신장했습니다.
주요 대형 점포들이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신세계 강남점은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부산 센텀시티점은 지역 점포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2조원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국내 백화점 중 가장 이른 시간에 매출 1조원에 도달했습니다.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점포 수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20년만 해도 매출 1조원 이상인 백화점은 전국에 5곳뿐이었지만 2022년에는 11곳으로 약 2배 늘었고 지난해에는 더현대서울이 추가돼 총 12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세계와 현대가 각각 4곳으로 가장 많고 롯데 3곳, 갤러리아 1곳 순입니다.
반면 백화점 3사의 수익성은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국내·해외) 영업이익은 4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고 현대백화점 영업이익은 3562억원으로 6.0% 감소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이익은 12.4% 줄어든 4399억원으로 3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전쟁 등 국제 정세에 따른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상품 소비 중심으로 소비 증가세가 둔화했고 소비심리는 위축됐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상승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은 올려 잡았습니다.
이러한 고물가에 점포 운영을 위한 고정비용이 증가했고 백화점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점포 리뉴얼을 위한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인건비, 수도광열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익성 하락과 함께 눈여겨볼 점은 매출 성장률 정체입니다. 2년 전 15~20%대였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2021년 신세계·현대 백화점 매출은 전년보다 20%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1.9%, 4.9%에 그쳤습니다. 롯데 역시 전년 대비 매출 상승률이 2021년 8.8%에서 2.2%로 줄었습니다.
물론 2021년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로 기저 효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부진한 내수 소비 상황에 견줘봤을 때 지난해 매출 신장은 선전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뚜렷한 매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 백화점 매출이 역신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명품과 해외패션 매출이 예전만 못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이 부진했습니다. 신세계와 현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30~40%대에서 지난해 0.3~5.8%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롯데 해외패션 매출 신장률은 5%대에 머물렀습니다. 지속된 명품 가격 인상에 매출 신장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이전과 달리 명품을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는 소비자가 많아졌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 내국인 수는 2030만명으로 2년 만에 약 17배 급증했습니다. 해외 직구족도 늘었습니다. 백화점 매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플렉스 MZ세대'가 이탈한 점도 주 요인입니다.
백화점들은 올해 명품 브랜드 입점 확대와 함께 점포 리뉴얼에 박차를 가합니다. 리모델링에 따른 고정비는 증가하겠지만 쇼핑뿐 아니라 F&B(식음료),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게 되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2030 젊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잠실점 등 8대 핵심점포를 중점으로 ‘럭셔리&프리미엄’ 리뉴얼을 강화합니다. 리뉴얼을 마치고 오는 4월 공식 개장하는 수원점은 1월 오픈한 신세계 스타필드 수원과 전면 경쟁을 예고한 상황입니다.
SNS 맛집을 들여오거나 신선식품 강화를 테마로 식품관을 새단장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인천점에 프리미엄 식품관 '푸드 에비뉴'를 열었습니다. 15년 만에 식품관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인 신세계 강남점은 이달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를 오픈합니다. 와인 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 홀 등도 차례로 열 계획입니다.
현대는 지난해 여름 압구정본점 지하 1층을 리모델링해 프리미엄 다이닝 홀 ‘가스트로 테이블’을 선보였습니다. 리뉴얼 이후 2030세대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목동점은 MZ세대를 타깃으로 9124㎡(2760평) 규모의 패션, 푸드, 문화를 결합한 센트럴 커넥션을 오픈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4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백화점에서 식품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완화로 명절 선물 단가가 30만원으로 높아진 이유도 있다"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백화점 각 사의 식품 정책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