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원 히트 원더'란 대중음악에서 한 개의 히트곡만 보유한 아티스트를 말합니다. 라면업계에서는 오뚜기가 그렇습니다. 경쟁사들이 확실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K-라면 역대급 수출을 이끄는 동안 오뚜기는 진라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제 2의 진라면 발굴이 시급한 오뚜기입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라면제조사인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이 우수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이 3조4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21억원으로 89.1% 늘었습니다. 면, 스낵 등 국내 주력사업 매출 및 해외사업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이 올랐습니다.
삼양식품은 매출 1조원 클럽 가입과 함께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으로 각각 31%, 62% 증가했고 3분기 해외 매출은 처음 2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오뚜기도 매출 3조4545억원, 영업이익 2549억원으로 각각 8.5%, 37.3% 늘었습니다.
한국 라면을 찾는 외국인도 늘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공식품 중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달러(약1조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습니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라면 수출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늘고 있습니다.
K-라면의 인기는 농심의 신라면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1991년부터 33년간 국내 라면 시장 1위를 지키는 신라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100억원입니다. 해외에서만 7000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활약에 신라면은 최근 5년 연평균 12%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매운맛 라면 열풍을 일으킨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7월 누적 판매량이 50억개를 돌파했습니다. 삼양식품은 해외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80%가 불닭볶음면인 걸 감안하면 지난해 불닭볶음면 수출액만 6500억~7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국내 매출의 3~5배에 해당합니다.
불닭볶음면은 국내 라면 시장의 판도마저 바꿨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오뚜기, 농심, 삼양식품 순이지만 라면 매출(국내외)만 놓고보면 농심(약 2조4000억원)에 이어 삼양식품(약 1조원)이 오뚜기(약 8500억원)를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 라면제품 가운데 불닭볶음면이 국내외 매출 8000억원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삼양라면, 간짬뽕 등의 나머지 제품의 매출이 1500~20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오뚜기의 라면제품 매출은 면제품 매출(약 9500억원)의 약 90% 정도입니다.
삼양식품에 추격을 허용한 오뚜기를 두고 업계에서는 단조로운 제품 라인업과 경쟁사 대비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 상대적으로 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브랜드 점유율 TOP1O에서 농심은 1위 신라면을 포함해 짜파게티, 육개장 등 총 5개가 포함됐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4위)과 삼양라면(9위) 2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팔도마저 왕뚜껑과 팔도비빔면이 각각 8위, 10위에 안착했습니다.
반면 순위권에 든 오뚜기 제품은 진라면이 유일합니다. 상위 5위권 브랜드 중 진라면만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0.28%)했습니다. 지난해 소매점 매출에서 진라면(2092억원)은 짜파게티(2131억원)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오뚜기 라면 제품이 10위권에 포함된 건 2017년 진짬뽕(당시 10위)이 마지막입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각종 미디어 노출 효과로 인기가 급상승한 사례입니다. 해외 주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신라면 이색 레시피 등이 활발히 공유됐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성장한 가공식품의 대표 제품으로서 수혜도 입었습니다.
불닭볶음면은 2014년 ‘불닭 챌린지’를 시작으로 이후 SNS에 여러 레시피가 퍼졌고 이들 중 일부는 신제품 출시로 이어졌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삼양라면을 포함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삼양식품 라면이 등장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오뚜기 라면의 미디어 노출은 잠잠한 편입니다.
물론 오뚜기는 사업 전략에서 두 기업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면이 주력인 경쟁사와 달리 오뚜기는 종합식품회사로 라면을 포함해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도 전체 매출 중 라면 비중이 79%, 90% 이상인 농심, 삼양식품과 달리 오뚜기는 라면 매출이 전체의 약 25%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뚜기의 라면·당면 등 면제품류 매출 비중은 약 28%입니다. 즉석밥 등 농수산 가공품류가 20%, 케찹 등 양념소스류 매출이 약 17%입니다. 라면에만 올인할 수 없는 사업 구조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K-라면의 글로벌 인기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제2 진라면 발굴의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올해 오뚜기는 진라면과 함께 ‘보들보들치즈라면’ 마케팅을 강화합니다. 보들보들치즈라면은 오뚜기가 약 10년간 글로벌 수출 전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현재 65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및 동남아 국가에서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오뚜기는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보들보들치즈라면 라인업을 다양화할 방침입니다.

할랄 시장 진입도 서두릅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무슬림 인구를 공략하기 위한 업계의 진출 시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농심은 신라면 등 할랄 인증을 취득해 해외 판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1조972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라는 기업 브랜드와 '진', '보들보들' 같은 제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글로벌 SNS 채널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며 "국가별 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홍보하는 등 기업·제품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할랄 라면 제품을 개발하고 연말에 출시하는 등 할랄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울러 국내 조직과 미국법인 조직 재편 및 인력 보충, 제조설비 구축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