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불거진 전자상거래 관련 법 개정을 앞두고 정산 기준일과 대금관리 기준이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이하 당정)는 지난 9일 플랫폼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하고 시장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이 불공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사후 추정 방식으로 규제할 방침입니다.
일정 규모 기준을 충족하는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하고 ▲1안으로 연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2안으로 연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기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쿠팡·네이버·지마켓·11번가·SSG 등 국내 유력 전자상거래 업체 대부분은 1안, 2안 어떤 경우라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주요 전자상거래업체는 판매대금 정산기한과 대금 별도 관리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시장 구도 변화를 예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산기한과 대금지불 규모 상관관계 살펴야… 23일 공청회에 집중되는 이목
당정은 티메프 사태로 발생한 소비자, 판매자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에 대해 ▲일정 기한 내 정산 의무 부과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 별도 관리 등을 담고 있는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소비자의 구매확정일을 기준으로 전자상거래업체들이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기간을 며칠로 정하느냐, 판매대금을 어느 정도까지 보유하게 하느냐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핵심으로, 티메프 사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이에 대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플랫폼 업체의 판매자에 대한 정산 기준일은 1안으로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20일 이내, 2안으로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제시했습니다.
또 대금 별도관리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 예치, 신탁, 지급보증 등의 방법으로 별도 의무 관리하도록 하고 1안으로 판매대금의 100%, 2안으로 50%를 제시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합동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날 공청회에는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와 함께 학계, 협회,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학계,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 판매자 보호차원에서 정산기한과 대금지불 비율은 별개의 독립변수가 아니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상호 연관성을 고려해 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또 소비자, 판매자 보호와 함께 중·소, 대기업이 상생하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산업생태계론을 제시하고 있어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짧은 정산기한, 탄력적인 대금지불 규모 비율…산업생태계 고려해야
정산기한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대금지불 규모의 비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소비자, 판매자 보호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정부가 1안으로 제시한 정산기준일 중 최소 단위인 10일로 정할 경우, 산술적으로 전자상거래업체의 대금지불 규모는 월 기준으로 전체의 33.3%를 보유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소비자의 구매확정일이 일별로 책정돼서 판매자에 대한 대금지불이 일시에 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티메프의 정산기일은 60일 이상이었고 대금지불 규모는 정해진 바 없어서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정산기한을 정부의 2안인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할 경우 판매대금 규모는 100%에 근접해야 안정성을 담보하게 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판매자에 대한 정산일은 산술적으로 60일에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특정 사업자가 판매 마감일을 매월 30일로 정할 경우 소비자가 해당 월 1일에 구매 확정하면 그다음 달 30일에 판매자에 대금이 지급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판매대금 지불 규모를 100%로 정해야 판매자와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게 됩니다. 판매대금 지불 규모를 100%로 정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의 독과점 문제 등 건전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상거래업체들의 현재 정산기준일은 길어야 10일입니다. 이는 판매자 유치를 두고 국내 플랫폼 업체간 벌인 치열한 시장경쟁의 결과입니다. 현재의 10일을 굳이 늘릴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오히려 정산이 빠를수록 판매자들의 자금 부담이 줄어들어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으니 이를 고려해 일정 정도의 판매대금 보유 비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은 1∼2개 업체를 제외하고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판매대금 지불 규모 100%'는 결국 자본력이 풍부한 거대 기업으로의 시장 쏠림을 초래할 것이고 중소업체들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판매대금 정산을 빠르게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할 규모의 대금관리를 통해 판매자들의 자금난을 최소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판매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정산기한과 판매대금 지불 규모의 관계를 고려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사업자나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만 남는 독과점 시장이 되지 않도록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정책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