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호식 기자ㅣ법무부 장관, 국세청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비자금’ 문제가 연이어 소환되고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계엄 여파 등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당국의 조사 및 환수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제대로 회수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추징금 선고 후에 돈이 없다고 호소했는데도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센터에 152억 원을 기부하고, 보험료 210억 원을 납부했다”며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소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하마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10개 설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전부 동의한다”며 장 의원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실었습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광현 국제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노태우 비자금’ 문제가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세청은 노태우 일가의 자산이 증여·대여·상속의 형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2008~2009년 국세청이 실기했던 것처럼 또다시 조세 채권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고, 그 돈을 증여·대여·상속하는 과정을 추적해 국세청이 조세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임광현 후보자는 조세정의 실현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임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노태우 비자금을 지목하며 “전직 대통령의 정당하지 못한 자금을 추징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면, 국세청이 조세 정의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고 2013년 이를 완납한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비자금문제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습니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후 김 여사가 2000년경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보험료 210억원을 납입한 기록과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에 2016~2021년 152억원을 출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은닉 자금을 증여세 없이 물려줬다는 의혹이 더해졌습니다.
당국에서 재조사를 통해 이 자금을 ‘불법 비자금’으로 판단하고, 과세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 규모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비자금 환수 및 실체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 등은 부정축재한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등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