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조은지 기자]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제주도라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 중 하나가 ‘제주도의 푸른밤’ 입니다. 입으로 흥얼거리는 사람도 더러 있고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소주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9월 소주브랜드 ‘푸른밤’을 선보인 겁니다.
신세계는 "화산암반수에 5단계 정제, 72시간 숙성 등 차별화된 맛을 구현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푸른밤은 두 종류인데, 젋은층을 타깃으로 ‘짧은밤’(16.9%)과 ‘긴밤’(20.1%)이라는 재치있는 이름도 지었습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이라는 주류업계 투톱 사이에서 태어난 푸른밤은 기존 소주와 확실한 차별화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토마틴을 다량 첨가해 풍미를 향상시켰다"고 신세계 측이 강조했는데요. 그래서, 토마틴이 뭔지 알아봤습니다.
토마틴은 열대우림 삼림지대에서 자생하는 타우마토코쿠스 다닐엘리이의 열매를 물로 추출한 후 정제해 얻어지는 단백질 감미료입니다. 한마디로 소주의 조미료인 셈이죠. 중량기준으로 설탕의 700~1600배의 감미도를 나타냅니다.
소주의 단맛은 이런 감미료에서 나옵니다. 푸른밤의 라벨뒷면에 원재료명을 살펴보면 정제수, 주정, 결정과당, 자일리톨, 효소처리스테비아, 정제소금, 영양강화제4종 그리고 토마틴이 적혀있습니다. 주정은 소주의 원료인 에틸알코올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알코올’입니다.
결정과당, 자일리톨, 효소처리스테비아는 모두 소주의 단맛을 만들어주는 감미료고요. 소량으로도 충분한 단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식품기업에서 단맛을 낼 때 주로 쓰이는데, 매우 적은 양이 사용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합니다.
토마틴이 푸른밤에만 들어있었다면 분명한 차별화가 됐겠죠? 하지만 확인해 보니 토마틴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도 들어 있었습니다.
토마틴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들도 기존에 있는 소주들과 비슷한 원재료들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한 건, 그토록 강조했던 '토마틴'이 짧은밤(16.9%)에만 들어 있었고 긴밤(20.1%)에는 없다는 겁니다.
내친김에 다른 소주들도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참이슬에는 정제수, 주정, 결정과당, 쌀증류식소주원액, 보리증류식소주원액, 효소처리스테비아, 에리스리톨, 토마틴이 함유돼 있었는데요. 에리스리톨은 감미료의 하나로 청량감을 가지고 있으며 체내에 거의 흡수돼지 않고 배출돼 저칼로리 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는 성분입니다.
참이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쌀증류식소주원액·보리증류식소주원액'. 다른 제품은 정제수, 주정, 증류식소주 정도만 적혀 있었는데요. 참이슬에는 쌀과 보리로 만든 소주원액이 들어가 있는 거였습니다. 쌀·보리증류식소주원액은 소주를 만들 때 주정과 물을 블랜딩해서 만들어집니다. 이 때 천연감미료인 쌀·보리증류식소주원액을 함께 넣으면 풍미를 살려주며 맛이 한층 깔끔해 진다고 하네요.
처음처럼의 경우에는 참이슬과 푸른밤에는 없는 아미노산계 조미료가 들어있었습니다. 성분표를 들여다보니 정제수, 주정, 증류식소주, 효소처리스테비아 DL-알라닌, 글리신, L-아르지닌 등이 적혀 있는데요. 글리신, 알라닌, 아르기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입니다.
글리신과 L-아르지닌은 아미노산계 감미료로 열을 가하면 분해 돼 없어지기 때문에 주류와 음료수에 주로 사용하며 감칠맛과 단맛을 냅니다. 롯데주류 측은 소주에 들어가는 첨가물로 차별화를 하는데 아미노산계 조미료가 그 예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다시 푸른밤으로 컴백. 푸른밤의 저도주 짧은밤을 마셔봤습니다. 낮은 도수(16.9%)에 걸맞게 목넘김에 불편함이 없고 부드러웠는데요. 하지만 거기까지. 기존 소주들과 차별성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오히려 처음처럼의 '글리신과 L-아르지닌', 참이슬의 '쌀·보리증류식소주원액'이 더 차별화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