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근 겸임교수] 초미세먼지 탓에 나라 전체가 전전긍긍이다.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료 면제를 둘러싼 ‘썰전’도 뜨겁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수도권 선거의 핵심 이슈는 미세먼지였다.
우리를 괴롭히는 초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중국 발(發)이라는 건 정설이다. 다만 양국 합동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중국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중국 정부가 합동 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
중국도 초미세먼지 탓에 골머리를 썩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초미세먼지는 중국어로 ‘우마이(雾霾)’라고 한다. ‘우’는 단순한 안개, 그냥 수증기며 ‘마이’는 스모그다.
최근에는 우마이를 ‘황산염‧질산염‧암모니아와 같은 이온 성분과 금속‧탄소화합물이 가득한 초미세먼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오염물질이며 미세먼지보다 4배 이상 작은 입자다. 따라서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장 폐로 흡수된다.
중국에서 초미세먼지는 진작부터 문제가 됐다. 우리가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본격적으로 시달리기 한참 전이다. 오죽하면 2013년 ‘우마이’가 ‘올해의 최대 관심 단어’에 올랐을까.
2013년에 우마이가 중국 인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공습이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1월에만 네 차례나 중국 내 30개 지역을 덮쳤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1년 가운데 닷새를 제외하곤 모두 우마이에 시달렸다. 분지(盆地)인 탓이다.
중국 정부 산하 환경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500대 도시 가운데 1%인 5개 도시만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질량표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공기 오염이 극심한 10대 도시 가운데 중국 도시가 7개나 포함됐다.
중국에는 국가 재난사태를 전담하는 국가감재(减灾)위원회가 있다. 국무원 산하 기구로 책임자인 주임은 왕융(王勇) 국무위원(선임 장관쯤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부주임에는 황수셴(黄树贤) 민정부 부장(장관), 마이밍(马宜明)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멍양(孟扬) 국무원 부비서장이다. 위원에는 국무원 산하 전 부처의 부부장(차관)이 배치됐다. 국가 전체의 행정기구가 참가하는 재난의 최종 ‘콘트롤 타워’인 셈이다.
감재위는 2014년 1월 4일 초미세먼지가 인민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2013년 재해진행보고서’에 처음 포함시켰다. 그만큼 우마이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시진핑(习近平) 주석도 그 해 2월 베이징 시 정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초미세먼지를 줄여 공기 질을 개선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부터 석탄사용, 자동차 매연 등에 대한 각종 규제 조치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각 행정부는 그 심각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2016년 12월,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사상 최장, 그리고 최악의 우마이가 밀려왔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나흘 이상 지속됐다. 21일이 지나서야 북쪽에서 시작해 서서히 초미세먼지가 걷혀갔다.
우마이가 가장 심했던 19일의 경우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天津)‧허베이(河北)‧산시(山西)‧허난(河南) 등 11개 성과 직할시가 동시에 우마이에 파묻혔다. 결국 작년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발표한 정부공작보고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푸른 하늘 보위전(保衛戰)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지난 해 전개된 우마이와의 전쟁을 ‘환바오셴찬(环保限产)’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했다. 한마디로 환경보호를 위해 산업체의 생산을 제한했다는 얘기다. 경제성장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환경보호에 나섰다는 뜻이다.
핵심 수단은 네 가지다. 우선 부서연합이다. 환경보호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우리의 기획재정부에 해당)‧공업신식부가 연합 팀을 꾸렸고, 그 결과 각종 정책이 집중적으로 개발됐다.
다음은 환경 감독의 강도와 범위를 끌어올리고 오염 지역을 중점 관리했다. 특히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에 대한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셋째는 이른바 ‘2+26 도시’ 개념의 도입이다. 베이징‧톈진 두 직할시와 함께 허베이(河北)성 내 8개 도시, 산시(山西)성 내 4개 도시, 산둥(山东)성 내 7개 도시, 허난(河南)성 내 7개 도시를 ‘중점 셴찬(限产)’도시로 지정한 것이다.
넷째는 ‘쓰피(四批)’ 점검이다. 중국 전역을 4개의 덩어리(批)로 나눠 단계적으로 샅샅이 환경오염 요인을 분석, 점검했다. 지난 해 8월 7일부터 8월 15일까지 지린(吉林)‧저장(浙江)‧산둥(山东)‧하이난(海南)‧시짱(西藏)‧칭하이(青海)‧신장(新疆) 등 8개 지역을 점검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국 전역에 대한 점검을 끝냈다.
4차 점검에서는 4869건을 조사하고 2115건을 입건해 처벌조치를 내렸다. 벌금액은 9449만2400위안, 구속 1146명, 징계 1797명이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셴찬’은 단‧중‧장기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방면의 충격이 만만찮다. ‘2+26 도시’의 경우 2017년 알루미늄‧철강‧시멘트 생산이 전년 대비 각각 8.43%, 11.1%, 16.32% 감소했다.
중기적으로는 충격이 생산, 투자, 소비, 거시경제로 차례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셴찬’과 전국적인 점검은 ▲에너지 과잉 소모를 막고 ▲오염물질을 대량 발생시키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탈피해 ▲결국 산업구조의 업그레이드를 이루고 ▲오염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 혹은 감소시키려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선진적인 환경오염 방지시설이 아직 미비하고 시장화 과정을 통해 오염방지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일부 고효율 산업조차 생산 중지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환경오염을 21세기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환경오염 방지 대책을 꾸준하게 밀어부칠 것은 명백하다. 그만큼 중국 스스로가 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 정부의 조치만 바라보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국 정부의 손에만 맡겨 놓기에는 우리 고통도 저들 못지않기 때문이다.
창장(长江)증권, 쟈오상(招商)증권 등은 중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오염과의 전쟁’을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오염은 기회’라는 명제를 제시했다. 오염을 극복하는 ‘한 끗’ 다른 노하우를 확보할 경우 ‘마르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공장 연기 및 매연처리 기술 ▲오수(汚水) 처리 기술 ▲하천유역 관리 노하우 ▲유독 쓰레기 처리 기술 등을 ‘미래의 4대 환경오염 프로젝트’로 꼽았다. 이어 “이들 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있다면 중국 정부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의 우대 정책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염 발상지라고 중국을 비난하고 책임만 물어서는 답이 없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일부터 손대야 한다. 공동 환경조사나 오염에 대한 노하우 교환 등의 방법으로 일단 중국 환경당국과의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한‧중 간 공동 노력이 중국 발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길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