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욱 공인회계사]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이 등장할 때마다 어디에선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고객들과 세무 상담을 하다 보면 세금과 관련해서도 고객들의 바람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바로 강력한 히어로와 같은 신묘하고 막강한 절세 비법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세법에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신묘하고 강력한 절세비법이란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화끈한 절세 방법일수록 화끈한 세무상 이슈가 늘 뒤따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사람들에게 나타났다.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최고 50%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자녀 명의의 법인을 하나 설립하고 여기에 부동산을 증여하면 법인세 20%만 내면서 절세할 수 있다는 것 따위다.
당시 조금이라도 실제 세법을 다뤄보고 경험을 통해 세법의 쓴맛과 단맛을 본 이들은 이 방식의 세무상 리스크를 직감했다. 결국, 이 방법은 여러 논란 끝에 법인세뿐 아니라 법인의 주주로 참여한 자녀에게 증여세까지 과세되는 ‘화끈한 방법’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절세 방법에도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안에 대해 상담하면 항상 ‘부담부증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부담부증여란 재산 증여 때 부채도 같이 증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전세보증금을 낀 아파트를 증여를 들 수 있다.
이 때는 아파트 가액에서 보증금을 차감한 부분은 증여세가 과세되고, 나머지 채무 부분은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데, 많은 경우 일반적인 증여보다 세 부담이 감소한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고객들은 대부분 부채를 추가로 차입해 더 많은 채무를 증여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한다.
실제 증여 대상 재산을 담보로 추가 차입한 채무를 증여하면 추가 차입 전에 비해 세 부담이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차입한 현금은 부모에게 남고, 채무만 자녀에게 넘어가다 보니 부모의 연령이 고령인 경우 부모에게 남은 현금은 상속세에 귀속돼 또 다른 상속세를 발생시키게 된다.
따라서 부담부증여의 단점을 잘 이해하고 추가적인 차입 때에는 증여자의 연령을 살펴봐야 한다. 당장의 세금이 줄어든다는 점에만 주목한 나머지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속세를 놓치는 경우를 보고 안타까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세법만을 오랜 기간 동안 전문적으로 다룬 사람에게도 세법은 정말 어렵다. 늘 개정되고, 수많은 납세자의 질의와 과세당국의 답변이 나오고, 새로운 판결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무 전문가는 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말에 여지를 두는 편이다.
그런데, 내 앞에서 마치 본인만 아는 듯이 신묘한 절세 방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그 방법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그 방법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공인회계사 최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