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이번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꺼내본다. 다름 아닌 회사를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언론고시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언론인들과 언론학자, 멘토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를 꺼린다. 어떤 언론사건 나름대로의 역사와 전통, 근성을 갖고 있는데, 신입사원직을 포기하고 다른 언론사에 시험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의 한 후배는 회사를 옮겼다. 이직이 아니라, 사표를 쓰고 아예 신입으로 새로 들어갔다. 후배는 이전에 다니던 언론사가 자신이 생각한 것에 미치지 못해 힘들어 했다. 자신이 꽤 괜찮은 기사를 쓰더라도 인터넷에서 반향도 없고, 독자들에게 전달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사표를 내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일단 당장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진다. 많지는 않지만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는 멘토링의 역할도 무시할 수는 없다. 선배들에게 훈련을 받으면 자신은 저널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지만, 사표를 내는 순간 한 명의 언론고시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언론계 물 좀 먹었는데 다시 수험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공부를 하는 것도 까마득한 일.
하지만,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졌고, 결국 6개월 간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유수 종합일간지에 합격을 했다. 전화 통화를 했을 때 멘토링을 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는 인사치레를 했다. 사실 현직 기자로 몇 달 활동을 했던지라, 필자가 도와준 것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저널리즘스쿨이나 대학 강의에서 취재와 기사작성을 연습하더라도, 현장에서 욕 먹어가면서 취재를 다시 하고 기사를 작성했던 경험에는 못 미친다.
나 역시 저널리즘스쿨과 스터디그룹에서 공부했던 것보다, 모 라디오방송에서 한 달 동안 일했던 게 훨씬 도움이 됐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매일 10시간 이상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고, 10시간 가까이 취재를 했다. 그런 경험 덕에 수험 현장에서 그 어떤 미션을 받아도 두렵지 않았고, 결국 합격으로 연결됐다.(물론 해당 언론사에는 한 달만에 회사를 그만둬 죄송한 심정이다. 지금도 죄송하다.)
아나운서 업계에서는 이런 과정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지역 방송사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한 뒤, 다시 서울에 와서 학원을 다니면서 소위 ‘대형사’라 불리는 방송사의 시험을 본다. 수험 현장에서는 ‘지역SO->케이블->지역 지상파->서울 지상파’ 등의 루트를 정형화해 지도하는 강사들도 있다.
일부 방송국은 아예 아나운서를 프리랜서 또는 1년 계약으로 변화시킨 지 오래다. 인사조직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채용구조에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겠지만, 수험생들은 서울 대형사를 바라보고 회사는 리스크를 줄이려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반면, 대형 언론사는 작은 언론사 등에서 재직하던 지원자들이 지원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 미국의 예를 들면서, 지역 언론사에서 뉴욕타임스로 오는 이야기를 빗대, 자신들의 언론사에 지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고참 기자들도 있다.
물론 인재를 빼앗길 위험이 있는 언론사들의 경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오래 다닐 사람’을 주요 평가사항에 두기도 한다. 실제로 언론사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 가보면, 절반 정도가 다른 언론사에 몸을 담았거나 합격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채워지는 때가 종종 있다. 실제, 필자의 입사 동기 중에도 다른 곳에서 언론인으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다.
◇ 그만둬야 하나? 그렇다면…
계속 다닐 것인가 아니면 그만둘 것인가. 의사결정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 다음 얼마만큼의 공부를 더 할지, 어떤 언론사에 갈지, 자신이 생각한 목표가 실현가능한지 등을 생각한다. 그만두기로 확신이 섰다면 과감히 사표를 내고 B안(새로 언론고시 준비)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전에 공부했던 것의 2배 이상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의지가 약하다면 성급한 사표제출은 말리고 싶다. 사표를 성급히 냈다가 장수의 길에서 고통받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때로는 의지와 실력이 있는데 운이 맞지 않아 계속 합격권 밖에서 맴도는 경우도 있다. 한 지인은 수험생 시절 시험을 잘 보던 사람이었지만, 입사포기 언론사 3곳, 수습기자로 2주 생활 후 사표 한 곳 등의 결과를 보이다가 결국 언론계를 떠났다. 그는 자신이 바랐던 언론사에는 결국 가지 못하고 재수를 거듭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해 버렸다.
사실, 기자는 그리 폼이 나는 직업은 아니다. 꽤 많은 기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것은 전혀 평가받지 않고, 사회적으로 싸잡아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묵묵함을 보상해 주는 것은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공감하고 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그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기자들은 다른 회사로, 더 큰 언론사로 옮기는 것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물론 과도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자들도 있다. 내 아내도 현장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어떤 기자의 팬이다. 이처럼 일반인과 언론계의 시각은 꽤 괴리가 있다. 아니면 내 생각이 잘못 됐거나.
다음 글에서는 재수를 하는 ‘현직자’ 출신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는 것,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서 다뤄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