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수정 기자] “개정안은 공인중개사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허위·과장 광고 매물의 다수는 개발업체 쪽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만 지우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공인중개사들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현장에서는 “당사자는 빠진 요식행위 공청회 중단하라”, “공인중개사법을 다루면서 공인중개사 의견은 안 듣고 왜 엉뚱한 관계자가 앉아있냐”는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진행된 공청회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 공인중개사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
이날 논의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은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에 대한 부당한 표시·광고를 하지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허위·과장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는 ▲자격 정지 ▲등록 취소 ▲업무 정지 등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를 두고 개업공인중개사협회 측은 현실을 외면한 ‘벌칙’ 위주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공인중개사 대표로 공청회에 참석한 박광석 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을 통해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봤다.
먼저, 박광석 대의원은 정부가 허위·과장 광고라고 지적하는 대부분은 중개업이 아닌 개발 사업체 측의 언론 광고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인중개사에게만 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허위광고라는 같은 사안에 대해 ‘업무정지·등록취소·자격 정지’까지 논하는 것은, 11만 공인중개사들을 사기꾼 집단으로 규정하는 벌칙 위주 개정안이다”고 비판했다.
박 대의원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 시장 규모( 53조원) 중 부동산 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부분이 23조원, 중개 관련 부분은 6조원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에서 규정하는 언론 등 허위·과장 광고는 대부분 개발 사업 쪽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대의원은 “실제 중개 거래 사례 100만 건 중 허위매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은 84건에 불과하다”며 “물론 고의로 허위매물을 올리는 일부 사례에 대한 처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허위매물 발생 건수에 비해 공인중개사들이 안아야 하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 규정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기준 역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 중개 유형 중 ‘공동중개’의 경우 한 개의 매물을 여러 중개업자가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시차를 두고 매물을 보러 왔을 때 매물이 이미 거래 완료된 경우가 있다는 것.
이날 공청회장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경험했다’(200건 중 91건)는 응답의 이유로 다수를 차지한 “방문 전 거래가 완료됐다”는 내용에 대한 반박이다.
박광석 대의원은 중개대상물 표시할 때 아파트 동호수까지 공개하는 데 대해서는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속계약이 아닌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상 동종업계 경쟁자에게 거래를 뺏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했다.
박 대의원은 “공인중개사들도 자신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자정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부동산중개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권 안에 속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8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온라인중개사이트에 등록된 허위·과장 광고 매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본지 2019년 2월 8일자 <예약 했는데 매물이 없다고?...“온라인 허위 매물 규제 강화 필요”> 기사 참조)
이 자리에서는 ▲매물을 올릴 때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KISO 허위매물 검증 시스템 활용 ▲진짜 매물을 올리면 오히려 피해를 받는 중개 시장 상황 개선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하창훈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되, 선의의 공인중개사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열린 자세로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