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ㅣ“세븐(일레븐)하는 게 죄인가요?”
지난 27일, 한 편의점 점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본제품 불매운동 관련 글 제목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국내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편의점 업계도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위 게시글을 작성한 세븐일레븐 점주는 “한 단골손님이 ‘세븐은 일본꺼인데도 사장(점주) 보고 오는데, 아직도 일본 맥주가 진열되어 있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하며 30분 넘게 떠들고 갔다”며 “손님들 보기 얼마나 민망하던지 워크인에 있던 일본 맥주 다 빼고 퇴근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점주도 일본 맥주 때문에 가게 내에서 손님과 싸운 사연을 풀었다. 대학생 남자 한 명이 아사히 캔맥주를 사려고 하는데, 중년 남성 3명이 학생에게 “자네는 지금이 어느 땐데 일본 맥주를 사먹나?”라며 소리를 쳐서 그 남성들이랑 언성을 높여가며 싸웠다는 것이다.
손님이 들어와서 “일본제품 왜 파느냐”고 물어보면 뭐라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글도 보였다. 이에 점주들은 댓글로 자신만의 대처법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저는 소비자 분들 선택에 맡깁니다”라며 나름 소신(?) 발언을 한 반면, 다른 이는 “그냥 웃으면서 저거 있어도 안 나가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했다.
꽤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GS25를 운영하는 점주는 “며칠 전에 근처 경쟁사인 세븐일레븐 점주가 찾아와서는 요즘 매출이 어떤지 물어봤다”며 “일본 불매운동 영향 때문인지 최근 매출이 꽤 늘긴 했는데,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만난 한 세븐일레븐 점주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다른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조건이 좋아서 최근에 세븐일레븐으로 바꿨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좀 잠잠해지기를 바랄 뿐, 점주 입장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편의점 중에서는 롯데 계열사인 세븐일레븐과 일본지분 100% 미니스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편의점 본사는 당장 내달부터 맥주 할인행사에 일본 맥주를 제외하는 등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쓰는 모양새다. 미리 아사히 등 일본 맥주를 들여놓은 점주들 입장에서는 재고를 모두 떠 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애꿎은 편의점 점주들이 모든 고통을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편의점 본사는 이미지 관리도 좋지만, 현장에서 고통받는 점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을 우선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