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ㅣ이마트가 올 하반기에 ‘Scan & Delivery(스캔 앤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이 서비스는 월마트의 ‘Scan & Go(스캔 앤 고)’에 배송서비스를 결합한 것으로, 고객이 매장에서 스마트폰 앱 등으로 상품을 스캔해 결제하면 마트 측이 상품을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 3분기 중 ‘스캔 앤 딜리버리’ 서비스를 1개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지난 9일 발표한 ‘2019년 2분기 실적’ 자료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이마트 내부 관계자는 ‘스캔 앤 딜리버리’에 대해 “월마트의 ‘스캔 앤 고’ 시스템과 유사하나, 배송서비스와 결합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스캔 앤 딜리버리’ 방식을 예상하려면 우선 월마트의 ‘스캔 앤 고’를 이해해야 한다. 월마트가 지난 2012년 말에 처음 도입한 ‘스캔 앤 고’는 일종의 무인 결제 시스템이다. 매장을 방문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 바코드를 스캔해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다.
‘스캔 앤 고’는 고객이 결제를 위해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마트가 최근 확대 중인 ‘무인 셀프계산대’의 업그레이드 판으로 볼 수 있다.
‘스캔 앤 고’와 ‘무인 셀프계산대’는 고객의 결제 과정을 단축시켜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하지만,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마트는 ‘스캔 앤 딜리버리’를 통해 이러한 불편함마저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배송서비스가 결합됐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캔 앤 딜리버리’의 방식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바로 중국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대형마트 ‘허마셴셩’의 사례다.
허마셴셩을 방문한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마다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해 상품을 구매한다. 결제는 앱에 등록된 알리페이로 자동 결제되며, 이렇게 주문한 상품은 고객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에서 배송한다. 이를 통해 허마셴셩은 ‘3㎞ 이내 30분 배달’을 약속한다.
다만, 이마트의 ‘스캔 앤 딜리버리’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주 이용자의 나이대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객 반응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월마트는 지난해 5월에 “고객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스캔 앤 고’의 월마트 매장 도입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는 월마트 자회사인 창고형 회원제 할인매장 ‘샘스클럽(Sam's Club)에서만 운영 중이다.
물론, 희망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출시된 월마트 ‘스캔 앤 고’의 경우 사용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고객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무인 결제 시스템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이 덜하고 적응도 빠른 편”이라며 “국내의 경우 기존 소비자들의 거부감 외에도 일자리 감소 등의 부가적인 이슈도 있어 시장 안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