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진행중인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자사 균주의 ‘포자 형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함에 따라, 양사의 소송 향방은 물론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는 ‘균주 포자 생성 검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어제(5일) 관련 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이하 ITC)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포자를 형성함이 재확인 됐다”며 “메디톡스의 균주와 다른 균주임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앞서 지난 30일,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진행중인 메디톡스와의 민사소송에서 양사가 각기 추천한 감정인들이 포자 감정 시험을 진행했으며, 대웅제약의 균주에서 포자 형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균주 포자 감정’의 의미는?
두 차례 대웅제약이 포자 형성 유무를 강조한 까닭은 메디톡스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조에 사용되는 균주(Hall A Hyper)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그간 자사의 균주를 대웅제약이 훔쳤다고 주장해 왔는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웅제약의 균주 역시 감정 시험에서 포자가 생성되지 않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대웅제약의 주장처럼 포자 생성 유무가 최대 핵심 쟁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먼저 시작된 민사소송에서 메디톡스 측은 균주 비교에 전체 염기서열분석(WGS; Whole Genome Sequencing) 방법과 함께 포자 감정을 제시했다. 소송 초반 대웅제약 측은 두 감정 모두를 거부했으나, 이후 포자 감정에만 응한 상태다.
염기서열분석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염기서열분석 후 해당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균주 포자 감정의 중요도에 대해서도 양사의 반응이 엇갈린다. 대웅제약은 포자 검증으로 자사 균주와 메디톡스 균주의 상이함이 확인됐다는 입장인 반면, 메디톡스는 전체 염기서열분석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국내 진행중인 민사소송에선 이 같은 이유로 포자 감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졌으나, 역시 진행중인 미국 ITC소송에선 포자 감정과 함께 염기서열분석도 재판 자료로 포함될 예정이다.
포자 감정이 각 사 균주의 포자 생성 유무를 확인하는데 그친다면, 염기서열은 생물체별 고육한 식별표지를 확인해 직접 비교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의 경우 어떤 생물체인지,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美 ITC소송, 어떻게 진행되나
양사에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국내 민사소송의 경우 아직 변론기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일정이 미정인 가운데, 미국 민사소송 역시 한국 민사가 완료 될 때까지 일시 중단(Holding)된 상태다. 반면, 미국 ITC소송의 경우 오는 20일 첫 전문가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ITC소송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Expert discovery) 기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양사는 각각 감정인을 지정해 상호 균주에 대한 실험·감정·분석 등을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한다.
예컨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각각 감정인을 지정하고, 이들이 양사의 균주 포자 형성 유무 및 염기서열분석 등 각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실험을 진행한다. 이후 관련 보고서를 ITC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대웅제약 감정인이 대웅제약 균주의 감정 결과를 대웅제약에 알리는 것은 가능하나, 상대방의 결과는 공개해선 안된다. 어제 대웅제약이 발표한 “ITC소송에서 포자 형성이 확인됐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디스커버리 기간은 오는 10월 30일 종료 예정이며, 전문가 보고서 첫 제출일은 그보다 앞선 이달 20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재판 시작은 내년 2월 초로 예정돼 있고, 최종 판정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 대웅 “유리한 결과 先공개한 것”, 메디톡스 “편협한 해석. 20일 밝혀질 것”
대웅제약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기간은 각사가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최근 자사가 지정한 감정인이 자사 생산시설에서 사용 중인 균주를 임의로 선정해 포자 감정 실험을 진행했고,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생겨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포자 감정 결과에 관한 대웅제약의 주장은 일부 내용만 부각한 편협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은 양사가 지정한 감정인이 각자 서로의 균주를 검증하는 것이지, 자사가 지정한 감정인이 자체 균주를 검증하는 것은 ITC가 명령한 부분이 아니다”며 “20일 ITC에 제출되는 양사의 균주 조사 결과로 완벽히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명 ‘보톡스 전쟁’으로 불리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은 지난 2012년,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쳤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의 원료 보툴리눔균과 대웅제약의 ‘나보타’ 제품에 사용된 균의 유전자가 일부 동일하다며, 대웅제약이 몰래 자사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사는 난타전을 거듭하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민사 소송을 냈다. 또한 올해 2월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에볼루스(대웅제약의 파트너사)를 상대로 미국 ITC에 제소하며 현재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