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자회사로 설립한 손해사정업체에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IG3 생보사는 손해사정 일감 100%를 자회사에 몰아주고 있다.
손해사정업체는 보험사고 발생할 때 보험회사와 보험금청구권자간 손해액 및 보험금 산정 부분을 담당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 빅3와 현대해상을 포함한 손보사 빅4는 모두 손해사정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손해사정업체 현황 및 위탁 수수료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생보사 빅3는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체에 일감을 100% 몰아줬다.
삼성생명의 경우 3년간 총 63만8852건의 손해사정 일감을 100%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 손해사정주식회사에 몰아줬다. 이 회사는 탁수수료로 3년간 총 1239억원을 지급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역시 자회사인 KCA 손해사정주식회사와 한화손해사정주식회사에 2011년부터 3년간 100% 일감을 몰아줬다. 교보생명은 매년 최소 134억원(2013년 기준)의 수수료를, 한화생명은 297억원(2012년 기준)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중 한화생명은 최근 3년 동안 위탁건수가 대폭 늘었다. 2011년 22만7314건, 2012년 50만318건으로 두 배 늘었고, 2013년에도 79만540건으로,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생보사는 업무의 특성상 자회사에 일감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업계 1,2,3위 보험사가 출자한 손해사정업체가 다른 외부업체보다 일을 잘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자회사(손해사정업체)들이 누구보다 모회사(보험사)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현재 금감원에 등록된 손해사정업체는 총 860개에 달한다. 이 중 7개 대기업 보험사들이 100% 수준으로 출자해 만든 자회사 형태의 손해사정업체는 12개다.
이와 관련, 김영환 의원은 대기업 보험사들이 자회사에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회사 손해사정업체가 과연 얼마나 일반 보험금청구권자의 입장에서 손해사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보험소비자인 국민권익까지 침해할 소지가 있는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LIG손보를 비롯해 현대해상, 동부화재는 거의 100%에 가까운 일감을 매년 자회사에 위탁했다. LIG손보는 매년 172만건(2013년)을, 동부화재는 326만건(2012년)을 자회사에 위탁했다. 수수료는 매년 최소 634억원(LIG, 2013년)에서 최대 1045억원(현대,2012년)에 달했다.
삼성화재는 자회사와 외부업체의 위탁물량 비중이 50:50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지급하는 수수료(80% 수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40만9765건 중 53%인 661만533건을 위탁했는데, 수수료는 4487억원의 84%인 3759억원을 지급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소액보험금에 해당하는 경우는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자회사에 위탁하는 물건은 어느 정도 보험금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보험금 액수가 높으면 지급하는 수수료도 높아져 위탁 비중과 지급 수수료가 다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영환 의원은 "제 식구 챙기기, 제 몫 불리기를 넘어 대기업 자회사들은 식은 죽 먹기 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손해사정업계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고착화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이 손해사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결국 보험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당국이) 규제 강화와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험사의 손해사정 업무를 일정 비율 이상 자회사에 몰아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