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생명보험사의 암 보험 상품 중 수술비 특약에서 방사선이나 약물시술(치료)에 대한 보장논란이 끝이 났다. 이달부터 생명보험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특약을 별도로 추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손해보험사의 경우는 상품출시 때 이미 특약으로 포함된 부분이다.
8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의 암보험 상품에 특약이 별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암에 걸렸을 때 수술대신 위와 같은 시술을 받은 경우에도 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보험사 암 상품에서 수술관련 특약 중 ‘방사선과 약물시술(치료)’도 특약으로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생보업계에서는 그동안 암수술비 특약에 방사선과 약물시술을 포함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상품 특약을 만드는 데 적용위험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 금감원, 작년 8월부터 보험사에 지도..민원 연간 700건 달해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8월 ‘약관에 수술의 정의가 없는 경우 수술의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방사선치료도 수술로 인정하도록 보험사들을 지도했다. 외과적 수술을 대체한 방사선치료에 대해 암수술비를 지급해달라는 민원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수술 특약과 관련해 연평균 600~700건의 민원건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 건수를 살펴보면 2200건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일특약에서 발생한 민원건수치고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간혹 분쟁까지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바로 특약을 별도로 만들어 추가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8월에 이어 지난 1월에도 보험사에 관련 상품에 (방사선,약물)특약을 포함하라고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권고했다”며 “(만드는데)필요한 데이터는 보건복지부 통계를 이용하는 등 자료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 보험업계 특약추가 어려워..수술비 특약 없앨까 고려도
업계는 방사선과 약물치료가 특약으로 포함될 경우 모럴리스크 증가로 인한 손해율 악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기존엔 ‘방사선치료는 약관에 수술의 정의가 없더라도 수술로 볼 수 없다’는 하급법원의 판례에 의거해 암수술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현재 보험업계는 암 수술특약으로 100만~300만원의 수술을 정액으로 1회 또는 반복 지급하고 있다. 일부 생보사에서는 새로운 특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예 암 수술 특약을 없애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문이 돌자 해당보험사 설계사들은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권고한 날짜인 10월이 다가오자 특약 추가를 한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방사선과 약물치료에 대한 보장이 어렵다는 입장에서 암 수술비 특약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결국 폐지는 어렵다고 판단해 특약 추가방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손보업계 이미 특약에 추가..생보 논란끝에 시작
금감원의 수술특약 권고를 가장 먼저 따른 건 손해보험사였다. 현재 대부분의 손보사는 기존부터 암수술특약 약관에서 방사선·약물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수술로 명시돼있고, 암 상품에 ‘방사선·약물치료 특약’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손보사의 뒤를 이어 추가한 곳은 암 보험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 생보사다. 마지막으로 움직인 보험사는 대형 생보사로 삼성생명은 이달 말부터 암 보험에 방사선·약물치료 특약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을 비롯해 ING생명은 현재 특약추가를 검토·진행 중에 있다. 이들 보험사는 오는 10월 1일을 기점으로 특약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금 해당부서에서 별도로 특약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10월 아니면 11월 중으로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약 추가비용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3년만기 기준으로 500원 내외이며 보장금액은 암 수술특약과 같은 100만~300만원 수준이다.
보험업계 일부에서는 내심 새로 추가한 특약에 대한 손해율을 걱정하는 눈치다. 기존 암수술 특약에 대한 손해율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특약은 수익을 따지는 특약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특약 추가로 인해 만원발생이 줄 수도 있으니 보험사에 득이 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