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대응이야말로 “제2의 옥시사태”라고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부회장은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대마초 액상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혼동하면서 형평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액상형 전자담배 진상규명과 함께 대국민 공개토론과 공청회 개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31일 열었다. 협회는 보건복지부의 23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를 지적했다.
협회는 미국 FDA와 CDC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마초 추출 물질인 THC 성분을 문제 삼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를 규제하는 점을 비판했다. 이들은 외국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폐질환을 앓는 이들이 대부분이 THC 첨가 액상을 사용한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협회에 따르면 FDA가 10월 수거한 폐질환 환자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샘플엔 대부분 THC가 함유됐다. THC를 넣은 액상을 사용할 경우 농도를 조절하는 성분인 비타민 E 아세테히트도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THC 액상의 국내 유통은 불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의 시발점이 된 액상형 전자담배 청소년 흡연자의 폐질환 사건 역시, 해당 환자가 THC 액상을 사용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국내 의심환자가 발생했지만, 일반 담배 흡연자였던 해당 환자는 최근 6개월 내에 액상형전자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수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장기 사용자로 보긴 어렵다. 해당 국내 환자는 퇴원한 상태다.
협회는 캐내다와 영국 등이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판단한 점을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현실적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전자담배 액상을 의약외품으로 등록하려면 액상 당 약 2억 5000만원이 드는 임상테스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액상 한 제품을 내면 보통 네 가지 이상의 맛을 출시하는데, 이 제품들을 테스트하려면 10억이 든다”며 “(액상 기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기에 넣는 액상의 경우 온도별 테스트를 별도로 거쳐야 해 (비용부담 때문에) 이 테스트를 완료한 업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탈세를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회사들이) 법망을 피해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애초에 따라갈 수가 없는 규정”이라며 “졸속행정이 이뤄지면 부작용이 생긴다. 협회는 이를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 봐주기 논란도 제기했다. 액상과 궐련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제품을 규제하지 않고 액상형 전자담배만 제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를 제작하는 회사는 KT&G·BAT·JTI 등 규모가 큰 회사다. 이 중 액상형 전자담배를 국내 출시한 건 KT&G 뿐이다.
협회는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하이브리드형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중지 등의 대응이나 언급이 없다”며 “소매점이라던지 업계 자영업자 사장님들 사이에선 정경유착이나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공청회와 대국민 공개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의 현재 조치야말로 “국민들이 다시금 연초를 피우거나, 해외 직구로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사거나, 직접 액상을 만들어 피우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옥시사태”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