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임금 교섭에서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결국 파업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작년엔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했지만, 올해는 물러설 수 없다는 건데요. 수십 년 일해도 기본급이 200만원을 넘지 않아 실질적인 생활비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29일 주재정 르노삼성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는 전날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교섭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다음달 10일 정도면 결과가 나올텐데요. 지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고 조합원 찬반투표도 통과하면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됩니다.
주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2년간 이렇다 할 파업이나 분규가 없었던 부산공장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임금이 제대로 오르지 않았다”며 “작년에 이어 1700억원 수준의 흑자가 예상되는 올해에도 기본급을 동결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6월 24일 2018년 임단협을 타결한 이후 17일 만에 2019년 임금 교섭을 사측에 요구했는데요. 노조는 7월 25일 임금 요구안을 공식 전달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노조 측은 조합원 1인당 8.01%(약 15만원)의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총 26가지의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고정비 절감’을 이유로 기본급 인상 대신 일시금 지급을 원하고 있는데요. 교섭이 의미없다고 판단한 노조는 결국 지난 28일 5차 본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생활고’ 때문입니다. 자동차 생산직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르노삼성차의 평균연봉은 특근 수당 등을 더해봐야 6300만원(현대차 9200만원) 수준인데요. 특히 르노삼성은 연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보니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평균 임금인상액은 7만 2500원이었지만, 르노삼성차는 4만 9915원에 그쳤는데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한 소득분배 개선율(2.88%)과 경제성장률(2.6%), 물가상승률(1.5%), 4인가구 표준생계비(1.03%)를 더해 8.01%의 정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주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은 생활비로 써야하는 기본급 인상에 매우 소극적인데, 그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일시금 지급을 제시해왔다”며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부산공장에서 26년을 근무한 어느 조합원이 지난달 받은 실지급액은 정확히 257만 3120만원이었습니다. 사무직 기준으로 최소 부장급 이상이지만, 정작 기본급은 194만 100원이었는데요. 100만원대 기본급에 각종 수당(특근 제외)을 다 더하고 나서야 260만원 수준을 받는겁니다.
특히 30년 근무 후 지난달 희망퇴직한 조합원도 마지막 월급은 184만 3295원이었습니다. 임금피크제 때문인지 급여 수준이 많이 낮았는데요, 이 조합원이 세금과 각종 공제를 떼고 실제로 가져간 금액은 110만 2552원에 불과했습니다.
조합원 대부분은 10대 이상의 자녀를 둔 가장인데, 기본급이 낮아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평소에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비를 쓰다가 수백만 원의 일시금을 받으면 누적된 빚을 청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확정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XM3 하이브리드와 유럽 수출물량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지금 당장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금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르노는 국내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삼성으로부터 부산공장을 사들였지만, 영업이익에 상관없이 기본급 인상에 박했다”며 “최근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고강도 노동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투쟁으로 권리와 대가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사측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전체로 보면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매우 높다는 입장인데요. 특히 조만간 제시안을 내놓기로 했는데도 노조 측이 결렬을 선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생산성 수치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르노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보다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높다”며 “게다가 아직 노사가 다섯 번밖에 만나지 않았고, 다음 주에 최종 결정을 받은 제시안을 주기로 했는데도 일방적인 결렬을 선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