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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칼칼·시원한 ‘옛날 짬뽕’이 있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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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04, 2014, 13:11:22

[아내와 외식하기] ⑬ 신문로 신문각

  

[라이프&스타일팀] 얼마전 아내와 산부인과를 갔을 때다. 아내는 임신 초중기에 병원을 혼자 다녔다. 명동 쪽에 있는 개인 병원이었다. 나는 따로 같이 간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큰 산부인과 전문 병원으로 옮겼다. 개인 병원에서 산과(잘 모를 총각 독자들을 위해 좀 적자면, 산부인과는 산과와 부인과가 있다. 산과는 임신에 해당하는 진료이고, 나머지 여성 질환 치료는 부인과에서 한다)를 보기는 하지만, 분만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씁쓸한 한국 의료의 현 주소를 몸소 체험했다.

 

큰 병원에서는 다들 남편이 같이 왔다. 처음에 병원에 가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산모가 있나하는 생각, 그 남편들이 몽땅 이 평일 오전 시간에 나타났다는 생각, 그리고 병원의 서비스였다. 정말 꼼꼼하게 진료를 했다. 하긴, 하루 이틀 아줌마들 상대하는 것이 아닐 테니 아예 철저히 진료를 해 주는 것인가 싶다. 퀄리티가 높으니 의사가 까칠해도 이해하고, 응급 수술이나 분만이 있어 외래 진료가 1시간씩 늦어져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나였다. 오늘 점심에 약속이 있었는데, 진료가 60분 늦어진다고 공지가 나왔다. 머릿속 계산기가 마구 돈다. 몇 시에 진료가 끝날 것인가. 이럴 때에는 최대한 늦게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 1230. 지금은 1030분이지만 왠지 1230, 딱 점심시간을 지날 무렵에 끝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점심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의 진료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진료를 마치고, 아내는 회사로 나도 내 일터로 가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냥 가기는 좀 그렇다. 밥은 먹고 가야지. 때마침 아내도 약속이 없었다.

 

뭐 먹을래.”

짬뽕. 전에 오빠 좋아하는 옛날 집 있다며.”

 

아내는 내가 툭툭 던진 한 두 마디도 다 기억한다. 물론 본인이 불리한 거 같은 옛 남친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 지우개가 선별적으로 지워주나. 어쨌든, 택시를 타고 신문로에 있는 신문각으로 향했다.

 

신문각은 정말 옛스러운 중국음식점이다. 초등학교 코흘리개 시절 갔던 그 때의 짜장면집 모습 그대로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짜장면집 냄새가 난다. 요즘의 깔끔한 고급 중식당하고는 느낌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요즘의 인공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진짜 짜장면·짬뽕 맛이 살아있다. 특히나 옛날 스타일로 끓여준 짬뽕 국물은 뭐랄까, ‘깔끔한 식당에 염증을 느끼는 30·40대 아저씨들에게는 말이 필요 없는 맛이다. 그냥 맵고 칼칼하면서 시원하다. 짜장이나 볶음밥, 군만두도 맛이 좋다.

 

아내는 짬뽕을, 나는 볶음밥을 시켰다. 아내 모르게 슬쩍 탕수육 소()자 하나도 주문했다. 근야 밥만 먹으면 좀 모자란 것 같기도 했다. 아내는 꽤 잘 먹었다. 지난번 진료에서 의사가 산모가 음식 섭취가 작아 아기가 잘 크지 않는 것 같다면서 호통을 친 덕분이다. 아내는 많이 먹는다면서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의사 덕분에(?) 아내가 더 잘 먹는 것 같으니 남편 입장에서는 대견하다. 더 먹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임신을 하니깐, 나 자신이 초라해 지고, 다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싫다고 말이다. “뭐가 초라해라면서 소리를 삑 질렀지만, 아내가 받을 스트레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내의 축복받은 배(임신)와 달리, 나는 살이 찐 저주 받은 배이긴 하지만, 나 역시 배 크기로 치면 결코 밀리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예비 엄마들이 초라함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아내와 평일에 점심을 함께 먹은 것이 얼마만인가 싶다. 연애 때에는 시간을 많이 내서 점심 번개도 많이 했는데. 괜히 미안했다. 앞으로는 종종 번개를 해야겠다.

 

이날은 아내를 회사에 데려다 주고 얼른 업무에 복귀했다.

 

* 신문각

- 주소: 서울 종로구 신문로151

- 전화: 02-736-3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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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팀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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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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