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지난 10일 한국거래소가 강화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에 따라 지정한 종목들이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으로 약세인 시장에서 유독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 테마주들에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요건 강화에 나섰다.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1월 3964억 6000만원이었지만 2월에는 5091억 1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달 2~9일에는 6428억 1000만원까지 급증했다. 코스닥도 지난 1월 1438억 9000만원에서 2월 1554억 6000만원으로 올랐고, 지난 2~9일에는 1628억 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현재는 6배) 이상 증가한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기준을 강화했다. 이번에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업체들은 10거래일 간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이 제도는 오는 6월 9일까지 적용된다.
이를 토대로 10일 지정된 11개 종목(씨젠·파미셀·인트론바이오·엑세스바이오·앱클론·마크로젠·디엔에이링크·오상자이엘·아이티센·엘컴텍·제이에스티나)은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19와 관련이 깊다.
이들 중 거래대금이 가장 컸던 업체는 씨젠이다. 이날 기준 공매도 거래량은 68만 2158주며 거래대금은 430억 2600만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4개 국내 기업 중 한 곳이다. 최근 세계 각국으로부터 진단키트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 업체 파미셀도 공매도 거래금지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회사로 몰린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23억 6900만원이다. 파미셀은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원재료인 ‘뉴클레오시드’를 공급한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의약용 단백질 업체 인트론바이오로도 공매도의 관심이 몰렸다. 이 회사는 오상자이엘 계열사인 오상헬스케어가 개발·공급하는 진단키트의 진단소재를 공급한다는 소식과 함께 23억 2500만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모였다.
이밖에 코로나19 항체를 발견했다는 엑세스바이오와 앱클론, 최근 코로나19 유전체 분석을 마쳐 GEM(실험용 쥐) 제작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한 마크로젠 등도 공매도 거래금지 종목으로 지정됐다. 또 다른 거래금지 업체인 디엔에이링크는 코로나19 변이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안전자산이 급부상하자 일부 관련주들이 공매도 거래금지 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아이티센은 계열사인 한국금거래소가 코로나 여파로 금·은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알려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엘컴텍도 몽골에 설립한 자회사가 광산 채굴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금 관련주로 주목 받았다.
이 중 유일하게 코로나19와 특별한 관련이 없음에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제이에스티나였다. 다만 이 회사는 최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에 차고나온 ‘박근혜 시계’ 논란에 엮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상승하는 종목에 몰린다. 2015년과 2017년에도 제약·바이오업종이 강세를 보여 관련 종목에 공매도가 기승을 부린 바 있다”며 “코로나 관련주에 공매도가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