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전건욱 기자ㅣ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반적인 보험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달러보험이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입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8일 메트라이프생명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1~2월 전체 달러보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력상품인 달러종신보험의 경우 올해 1~2월에 1만건이 집중적으로 판매됐습니다.
푸르덴셜생명도 증가세가 눈에 띕니다. 지난 2018년 9월 출시된 ‘달러평생보장보험’이 대표 상품인데, 설계사의 대면 영업이 중단되다 시피한 상황에서도 찾는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월평균 1000건 이상 꾸준히 유지되던 판매량이 올해 들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달러보험 실적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푸르덴셜생명은 이달 들어 간편심사 기능을 갖춘 달러종신보험을 새롭게 선보이며 상품을 다양화시켰습니다. 달러종신보험이 큰 인기를 얻고 있자 가입 문턱을 낮춘 겁니다.
업계는 보험 수요 감소에도 달러보험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안전하다고 손꼽히는 자산이 달러이다 보니 설계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미국 회사채 시장 금리가 급격히 오른 점도 달러보험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업계는 풀이했습니다.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달러로 받은 보험료를 미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합니다. 따라서 채권 금리가 오를수록 더 많은 투자이익을 거둬 보험료를 낮출 수 있습니다.
실제 AIA생명의 경우 지난 1일 미 회사채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자 적립식 상품인 ‘골든타임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을 조정했습니다. AIA생명 관계자는 “해외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보여 공시이율을 올리게 됐다”며 “공시이율 상승으로 4월 달러보험 판매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만으로 달러보험 판매가 늘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일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달러보험 이해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상품 개정을 앞두고 있어 판촉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이러한 영향을 배제한 채 달러 강세로만 상품 판매가 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외국계 보험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달러보험은 국내 생명보험사의 진출로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KDB생명은 올해 1월 ‘KDB 달러저축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보험은 피보험자가 만기까지 생존 시 적립액을 달러로 지급하고 보험기간 중 사망하면 일시납 보험료의 10%를 더해 지급합니다. 금리 확정형으로 ▲3년 만기 3.1% ▲5년 만기 3.0% ▲10년 만기 2.9% 등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삼성생명도 현재 달러보험 출시를 검토 중입니다. 상품 출시 이전 단계인 환전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달러보험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