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우리나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통계에서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1.3%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2009년 3분기(0.9%) 이후 10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감염병 확산이 2월부터 본격화하면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영향입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6.4% 감소했습니다. 감소율은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컸습니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습니다. 민간소비는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입니다. 통상적으론 분기별 변화폭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습니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선방했습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습니다.
정부소비도 물건비 지출을 중심으로 0.9% 증가했습니다. 작년 4분기 증가율이 2.5%에 달해 올해 1분기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소폭 늘었습니다.
수출은 2% 줄어 코로나19발 충격이 민간소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자동차와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지속한 게 이를 상쇄했습니다. 생산 측면에서 1분기 경제를 살펴보면 서비스업이 2.0% 감소해 충격이 컸습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2%) 이후 최대 감소율입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운수업(-12.6%)의 감소폭이 가장 컸고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6.5%),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6.2%)도 코로나19의 충격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제조업은 운송장비 및 1차 금속제품이 감소했으나 반도체 부문의 증가가 이를 상쇄해 전체적으론 1.8% 감소했습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습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실질 GDP보단 적었습니다. 1분기 한국경제가 코로나19의 조기 확산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충격을 받았지만, 발원지인 중국과 비교해선 충격 정도가 현격히 적었습니다.
문제는 2분기부터입니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 각각 전기 대비 0.03%포인트 이상 성장할 경우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며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해 4분기 경제활동 수준이 작년 4분기와 비슷하게 된다면 0% 부근의 성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