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 퇴직연금(확정기여형) 가입자들의 대다수는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연금에 대한 지급방식에 제약이 없는 데다 일시금으로 받는 것에 비해 세재혜택이 없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보험연구원 김세중 연구위원은 ‘영국 DC형 퇴직연금제도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지급방식에 제약이 없으며, 은퇴자의 대부분이 적립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이 인용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55세 이상 퇴직자(약 3만4000명)의 일시금 수급자 비율은 95.2%에 달했다. 반면, 연금 수급자 비중은 4.8%에 그쳤다. 2013년말 3.0%에 비해서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
이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일시금 수령에 제약이 없는 데다 연금수령을 장려하는 세제유인도 약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은 퇴직소득을 근로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예외적으로 낮은 세율로 과세해 왔다.
실제로, 총급여가 각각 3500만원, 7000만원인 은퇴자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실효세율은 각각 2.4%, 3.1%(기획재정부 자료 기준)였다. 연금수령 때의 세율 3.3%에 비해 일시금 수령이 세제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한 것.
총급여 1억2000만원, 2억원인 퇴직자가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받을 때에는 실효세율 각각 3.6%, 4.0%로, 높은 편이지만, 전체 퇴직자 가운데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사적연금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종신연금상품을 구비하고 있는 생명보험업권의 경우에도 연금지급 비중이 6.6%에 그치고 있다. 손해보험의 경우 업권 중 가장 낮은 2.2%를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세제유인과 같은 연금선택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일시금 수령과 연금선택 외에 다양한 지급옵션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연금을 선택하더라도 단기 지급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일시금에 적용되는 퇴직소득세의 70%의 세율을 적용해 연금수령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과 일시금에 대해 모두 근로소득으로 종합과세하는 영국과 비교하면 세제 유인은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일시금 수령과 연금지급 이외의 지급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금의 대안으로 노후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는 게 김 위원의 지적이다.
또한 그는 연금지급기간이 5년 이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연금지급을 선택하더라도 단기에 적립금을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따라서, 김세중 연구위원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연금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시금 인출을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지급방식을 제공하고, 은퇴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급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하는 정보제공과 은퇴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은퇴자가 종신연금 상품에 대한 가격 비교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상품비교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다양한 지급방식을 제공하고, 은퇴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제공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