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편집장] 최근 생보업계 3위(총자산 기준) 교보생명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30년간 은행인으로 살다 15년 동안 보험 업계에 몸을 담았던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이 퇴직했다. 이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이 보험 업계에 투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거물의 퇴장과 예사롭지 않은 신인의 등장’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험 업계뿐만 아니라 업계 바깥에서도 교보생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 퇴직한 고영선 전 교보생명 부회장. 그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好不好)엇갈리지만 ‘자력갱생의 전형’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1971년 한국신탁은행에서 입사한 고 전 부회장은 신한은행 개설준비위원으로 참여한 후 은행 업계에서 30년간 일했다.
이후 그는 보험 쪽으로 이직했다. 신한생명(3년)과 한화생명(1년) 사장을 지냈고, 민간인 최초로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교보생명 경영전반에 대한 고문역할과 대외업무를 담당해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 부회장은 생보사와 화재보험 쪽에서도 경험이 있는 금융 베테랑이다"며 "일흔이 넘었지만, 여러 곳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평했다.
실제로 그는 퇴직하기 직전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최근까지 우리은행 인수와 관련해 교보생명의 사령탑을 맡았던 것을 비롯해 지난해 생명보험협회장 후보에도 올랐으며, 올해 초에는 영업총괄담당을 역임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다음으로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의 대리로 입사한 신중하 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그는 이 표현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가능하다.
그간 교보생명은 자녀들이 젊다는 이유로 “경영권 승계는 아직 먼 얘기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신 회장의 재혼도 경영권 승계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으며 예민하게 반응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도 생전에 “자녀에게 교보생명을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끊임없이 밝혀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들(신창재 회장)은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면서까지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런 전례에 비춰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씨가 본격적으로 교보생명을 물려받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소유주가 자신의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준다는 게 새로운 일도,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의사 출신인 신창재 회장도 회장 취임 전후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처녀와 재혼’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스캔들이 없었으며, 회사를 성장·발전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생보 업계 관계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든 아니든 그것은 태어나는 사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게 아니겠냐”며 “모쪼록 생보 업계를 넘어서 보험 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데 힘을 써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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