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유통업계가 탄탄한 세계관과 재미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저마다 자체 캐릭터를 선보이며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엄+Z세대·1980년~2000년대생) 사로잡기에 나섰습니다.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는 12조2070억원으로 캐릭터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20조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캐릭터 마케팅이 브랜드 이미지 개선은 물론 매출 상승효과까지 이끌면서 유통가에서도 ‘캐릭터 마케팅’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기업들이 캐릭터 스토리텔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캐릭터와 세계관에 열광하기 때문입니다. MZ세대는 ‘호감형’ 캐릭터에 정서를 투영하고 ‘이색’ 스토리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에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즐기고 공유하는 등 하나의 놀이 문화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캐릭터 마케팅의 롤모델은 단연 EBS의 ‘펭수’입니다. 펭수는 탄생한 지 1년도 채 안 돼 광고 모델, 이미지 사용권 등으로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였습니다. 이에 유통업계는 ‘화성 출신 고릴라’, ‘B급 감성 왕국’, ‘우주에서 온 몬스터’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제2의 펭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 요리와 야구를 위해 지구에 온 고릴라..신세계 ‘제이릴라’ 상표 출원
지구의 삶을 꿈꾸며 화성을 탈출한 고릴라가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대표 송현석)의 ‘제이릴라’인데요. 요리와 야구를 좋아해 화성을 떠나 신세계그룹이 소유한 야구단의 홈구장인 ‘SSG랜더스필드’에 불시착한 고릴라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닮은 고릴라 모습의 캐릭터입니다. 정 부회장의 이니셜 ‘J(제이)’와 고릴라의 ‘릴라’를 합해 만들었습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꾸준히 제이릴라를 언급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지도를 키웠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라는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제이릴라를 그룹 대표 캐릭터로 내세워 식품·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 진출을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표 출원으로 조만간 제이릴라 식당이나 카페, 주점을 론칭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화성에서 온 고릴라가 지구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정 부회장과 SNS에서 티카티카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친숙하고 재미있게 봐주는 것 같다”며 “향후 제이릴라 굿즈나 이모티콘 출시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사업을 전개할지는 가능성을 넓게 열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B급 감성·짧은 에피소드의 독특한 개그 왕국..‘빙그레 유니버스’
B급 유머코드로 무장한 이색 세계관이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빙그레(대표 전창원)는 ‘빙그레 왕국’이라는 가상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만든 것인데요.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라는 콘셉트로 가상의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등장시켰습니다. 빙그레 로고 귀걸이, 바나나우유 왕관, 비비빅 벨트 등 빙그레 제품으로 의상·소품을 스타일링한 빙그레우스는 아버지의 분부로 빙그레 인스타그램 관리를 맡았다는 설정입니다.
실제 빙그레 SNS 팔로워 수는 빙그레우스 등장 이후 4개월간 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빙그레 유니버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빙그레는 ‘투게더리고리경(투게더)’, ‘옹떼 메로나 부르장(메로나)’, ‘비비빅군(비비빅)’ 등 자사 제품을 의인화한 제품을 잇달아 공개하며 빙그레만의 세계관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사람들은 빙그레 왕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궁금해하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본다”며 “의외로 촘촘한 스토리텔링과 B급 감성, 짧은 호흡의 독특한 개그코드가 MZ세대로부터 호응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경영주 돕기 위해 우주 몬스터들이 모였다..이마트24의 ‘e몬 프렌즈’
우주에서 온 또다른 캐릭터도 있습니다. 이마트24(대표 김장욱)는 지난 5월 ‘e몬 캐릭터’를 선보였는데요. 경영주들을 돕기 위해 우주의 각 행성에서 몬스터들이 지구로 모이게 됐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또 몬스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담아 프리미엄 편의점을 만든다는 세계관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마트24는 이달 초 ‘eMON FRIENDS’ 상표권을 출원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마트24가 카카오 프렌즈를 벤치마킹해 강화된 캐릭터 마케팅을 펼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e몬은 ▲커피 캐릭터 ‘커피니’ ▲와인 캐릭터 ‘와이니’ ▲배달 캐릭터 ‘다람이’ 등 10가지 캐릭터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마트24는 e몬 프렌즈를 활용해 고객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긴밀한 유대관계를 도모한다는 방침입니다. 회사는 지난 4월부터는 다람이 캐릭터를 적용한 배달 전용봉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SSG 랜더스필드에 있는 이마트24 점포에 야구 방망이·헬멧·글러브를 착용한 e몬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e몬 프렌즈는 e몬 캐릭터를 한꺼번에 묶어서 통칭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e몬 프렌즈를 다각적으로 활용해 고객들에게 지속해서 노출함으로써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