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오는 4월부터 기업성 보험의 보험료를 산출할 때 손해보험사의 자체 판단요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협의요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손해보험사가 자체요율을 내기엔 통계가 부족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보험사의 협의요율을 기준으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가 기업성 보험에 대한 보험요율(가격)을 직접 산출할 수 있는 능력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험요율 확대방안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조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기업성 보험의 요율에 대해 통계적·비통계적 기반으로 나눠서 감독했다. 통계적 요율에는 참조요율과 경험(판단)요율이 속하는데, 이 요율을 사용할 경우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했다. 반면 재보험사에서 제공하는 협의요율은 비통계적 요율로 분류돼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에서 기업성보험을 인수할 때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자체 경험요율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협의요율에 의존했다”면서 “이번 자율화방안에서 기존 사전신고제를 폐지키로 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업성 보험에서 협의요율을 사용하는 비중이 82%에 달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손보사의 위험률 관련자료 등을 기초로 판단요율 사용이 이미 활성화 돼 있다. 다만, 손보사의 보험요율산출방식에 대해 내부통제 장치로 함께 마련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기초서류관리기준을 통해 회사에서 정한 약관, 사용방법, 보험료 산출 등 내부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산출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기초서류관리기준에 위반돼 제재를 받게 된다.
기업성 보험의 영문약관이 단계적으로 국문약관으로 전환된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을 보험계약자로 하는 기업성 보험에 대해 단계적으로 국문약관으로 바뀐다. 현재 국문약관으로 된 상품이 48.1%에 불과했지만, 개선후 82.1%로 높아진다.
보험개발원이 산출하는 참조요율의 산출대상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자체 판단요율을 산출할 수 있는 대형사 외에 중소형사에서도 적합한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재산종합보험에 먼저 적용하고,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기술·조립·배상 등 보험으로 확대된다.
다만, 참조요율 확대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체의 계약정보와 보험금 지급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개발원에서 산출하는 요율로 기업의 개별계약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참조요율의 정확성을 검증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손보사가 요율을 자체적으로 산출해 적정하게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다”면서 “재보험사가 제공한 협의요율의 의존도가 너무 컸는데, 앞으로는 요율의 범위가 넓어져 장기적으론 계약의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참조요율: 보험업계 전체의 계약정보 및 보험금 지급정보를 통합·집적해 이를 기반으로 보험개발원에서 산출하는 보험요율.
경험요율: 보험사가 자사의 계약정보를 기반으로 산출한 보험요율.
협의요율: 보험사가 재보험사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하는 요율로 재보험사 출재가 전제되므로 엄밀한 통계적 기반을 요하지 않고 사전신고도 불필요. 마켓요율이라고도 불리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요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