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올 한해, 지난해처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업 총수들은 '위기 극복'을 신년사 화두로 꺼냈습니다. 뜨거운 '심장'과 과감한 '도전'을 얘기했던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들은 신년사를 통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총수들은 각각 혁신과 고객,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결국 위기일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뉴 롯데’를 재차 언급했습니다. 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해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임직원들의 지속적인 혁신을 당부했습니다.
기업가치 향상과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습니다. 그는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며 개개인의 지혜와 역량이 모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세계의 경쟁력으로 '위기 대응 능력'을 꼽았습니다. 신년사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17번 언급한 정 부회장은 "위험을 직시하고 준비된 역량으로 정면돌파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곧 신세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레이더에 비유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기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데 빈틈이 없어질 것"이라며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관점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3년 연속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럴 때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또 한 번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도 '성장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을 당부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한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확고히 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비전 2030'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정지선 회장은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시행착오도 생기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계획을 보완해 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자"며 "새롭게 시작되는 2023년을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한 3대 실천가치로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 ▲‘리프레이밍’을 통한 최적의 가치를 발굴 ▲구성원의 담대한 도전과 내외부 파트너십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해 나갈 것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다양한 관점에서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살피는 리프레이밍의 실천을 적극 독려했습니다.
3사는 신년사 전달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동일한 아이스하키 선수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면 올해는 롯데는 신격호 명예회장, 현대백화점그룹은 윈스턴 처칠을 각각 인용했습니다. 신세계는 인용 없이 정 부회장이 직접 출연한 신년사를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교수는 신년사 키워드 변화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마트 같은 오프라인 리테일 쪽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백화점에게는 2020년과 2021년이 성장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며 "다만 지난해 글로벌 경기 자체가 나빠짐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