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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미들] 바깥은 지옥? 왜 빨리 나오지 않았나 후회했다…소설가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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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February 12, 2023, 13:02:20

에세이 <안주잡설>펴낸 정진영 소설가
마흔 기점, 언론사 나와 전업 작가 도전
"바깥에 나와봐야 본인의 능력을 알 수 있어"

 

한국은 195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사실상 유일한 국가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사십대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오롯이 겪은 세대이자 한국 사회의 정확히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인더미들 in the middle]은 인더뉴스가 한국 사회의 중추로 자리잡은 사십대들의 삶과 일, 그리고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는 인터뷰 입니다. 세대의 가교이자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사십대들의 진솔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한국 사회의 여러 갈등을 조율하고 해법을 찾는데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정진영 작가는 1981년생입니다.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습니다. 하지만 정 작가는 소설가, 혹은 작가라는 호칭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사회생활을 언론계에서 시작해 ‘기자’라는 호칭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잘 다니던 일간지 기자를 관두게 된 계기는 급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2020년 2월 출근길에서 드라마 판권 계약금으로 산 차를 몰고 출근하다가 폐차를 시켜야 할 만큼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어떤 깨달음이 왔다고 합니다.

 

“차가 빙글빙글 돌던 순간, 아 이러다 죽겠구나 했었거든요. 다행히 따라오던 뒷차가 없어 가드레일만 받았습니다. 그때 마흔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살까? 고민을 하던 시기였는데. 언론사 기자로 사는 것도 좋겠지만 출티근하다 죽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시 정 작가는 2018년 발표한 소설 <침묵주의보>가 JTBC 드라마 <허쉬>로 각색되었고 기자와 작가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때였습니다. 결국 정 작가는 사고 후 며칠이 지난 날 회사에 사표를 냅니다. 만류하는 부장에게 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소설 쓰다 굶어 죽는 게 출퇴근하다 죽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올해 초 첫 산문집 <안주잡설>을 낸 정 작가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곳은 서울 중구의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인 필동면옥이었습니다. <안주잡설>은 정 작가가 인더뉴스에 연재했던 칼럼에 새로운 원고를 더해 낸 음식 에세이입니다. <안주잡설>의 여덟 번째 소재인 평양냉면은 정 작가가 2011년 두 번재로 이직한 신문사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편집국장이 동기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필동면옥에서 제육과 평양냉면을 사주었는데 그날 이후 정 작가는 평양냉면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전국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도장 깨듯 다니고 기어이 자신만의 평양냉면 레시피까지 <안주잡설>을 통해 공개하는 경지까지 올랐습니다.

 

평양냉면에 편육을 곁들인 인터뷰는 ‘마흔’과 ‘중간’에 맞춰졌습니다.

 

"사실 제가 언론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가 우리나라 나이로 딱 마흔이 되던 때였습니다. 교통사고가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정말 그때 계속 기자로 살아야 하나? 아니면 작가로서 승부를 걸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 찰나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하고 나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정 작가의 결혼은 언론에도 보도될 만큼 '연예계 화제'인 뉴스였습니다. 정 작가의 아내는 배우 박준면씨입니다. 정 작가는 당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로 박준면 배우를 처음 만났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던 기자와 취재원은 결국 라면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취중을 핑계로 정 작가의 자취방에 쳐들어갔던 박 배우는 정 작가가 끓여준 해장라면을 먹고 마음을 굳혔기 때문입니다.

 

둘은 결혼식 없이 동사무소에서 혼인신고만으로 평생을 약속합니다. 그때가 2015년 8월이었습니다.

 

"준면씨가 저와의 연애하고 결혼한 이야기를 가끔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밝히곤 합니다. 사실 준면씨 말대로 결혼부터 한 셈이죠. 준면씨와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서로 술을 좋아하다보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에요. 더군다나 준면씨는 저의 가장 준엄한 독자이고 평론가기도 하거든요."

 

사십대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숱한 불화는 결국 서로 대화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요?라는 뻔한 질문에 정 작가는 "서로 술잔만 잘 기울이는 사이가 되어도 대화가 부족할 리는 없다"면서 "이번 첫 산문집이 만들 때도 준면씨가 여러면에서 도움을 많이 주었다"고 아내 자랑을 몇 분 늘어놓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를 애써 돌렸습니다. 사실 정 작가는 김훈과 장강명 작가의 뒤를 잇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대개 기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사회의 여러 모순적인 부분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시원하게 풀어나가는 성향이 강합니다. 언론사 내부와 기업의 카르텔이 주요 소제인 <침묵주의보>와 <젠가>가 대표적입니다. 차기작으로는 여의도 정치권을 다룬 소설과 드라마 극본도 준비 중입니다.

 

"저는 딱히 어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보수적인 측면이 더 있다고 할 수 있지만요. 중요한 건 사회에서 잘못된 부분은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에 입각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 작가는 이야기의 폭을 넓히는 작가가 목표라고 합니다. 한국의 소설들이 개인의 내면 서사에만 집중하는 점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세계로 깊게 침잠하는 이야기도 소설의 재미지만 소설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건 가시적 현실을 이야기로 풀어낸 이른바 ‘사회파’ 작가들의 힘이 컸던 덕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봤던 정 작가의 작가적 신념이기도 합니다.

 

정 작가는 마흔 초입에 월급을 받는 기자에서 일종의 자영업자인 소설가로 삶의 행로를 바꿨습니다. 두 가지 다 병행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정 작가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기자라는 직종이 가진 고뇌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자 이전의 언론사라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감내해 할 무엇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무엇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서로 애써 더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 술잔을 기울인 뒤 정 작가는 강조했습니다. 세상의 보이는 기준에 맞춘 삶에 예속되면 결국 자기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일종의 허상 같은 삶 속에서 살다가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작가님처럼 어떤 예술적 재능이 있어야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닌가? 되물어 봤습니다.

 

"제가 글 쓰는 재능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처음 도화촌 기행으로 등단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름 재능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작 원고 청탁은 오지 않았고 작가로서의 어떤 자부심은 갈수록 약해지더라구요. 작가분들 가운데 타고난 글쟁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꾸준히 계속 글을 썼기 때문에 작가가 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작가가 된다고해서 또 그 자체로 끝은 아니죠. 정말 기사 쓰듯 꾸준히 남들이 보든 안 보든 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계속 신문사에 있었다면 그게 가능했을가요?"

 

그리고 이렇게 한마디 더했습니다.

 

"바깥은 지옥이라는데 저는 오히려 왜 빨리 나오지 않았나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바깥은 나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분명 거칠고 힘든 게 맞습니다. 그런데 바깥을 겪어보지 않으면 내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 살 수도 있거든요. 물론 결혼하신 분들은 부부가 바깥에서 살자는 결의를 같이 하셔야 가능하긴 합니다. 그래서 안주잡설을 읽어보시면 제가 결혼을 잘..."

 

정 작가의 말을 끊고 2차를 가자는 말은 이때 나왔습니다.

 

■정진영 작가

 

1981년 대전에서 태어나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고시를 준비하다가 진로를 바꿔 기자가 되었습니다. 기자를 하면서 편집부와 사회부, 산업부와 문화부 등을 거쳤습니다. 2008년 장편소설 <발렌타인데이>로 한양대 학보 문예상 대상,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았고 2018년 세 번째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를 썼습니다. <침묵주의보>는 백호 임제문학상을 받았고 JTBC 금토 드라마 <허쉬>로 제작됐습니다. 이후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출간했습니다. 오래전에 작곡한 연주곡을 모아 2014년 ‘육지거북’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오래된 소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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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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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필드] 매드포갈릭 23년 만에 리뉴얼…‘해장스프’에 담긴 전략은?

[인더필드] 매드포갈릭 23년 만에 리뉴얼…‘해장스프’에 담긴 전략은?

2024.12.04 08:37:21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엠에프지코리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드포갈릭이 론칭 23년 만에 브랜드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마늘과 와인'이라는 콘셉트로 사업을 이어온 매드포갈릭은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빵 하나부터 매장 조명까지 대대적으로 리뉴얼했습니다. 전 연령을 아우르는 'K-컬쳐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브랜드를 재정립한다는 각오입니다. 엠에프지코리아는 지난 11월 8일 서울 영등포구에 영등포타임스퀘어점을 오픈했습니다. 지난 3일 방문한 영등포타임스퀘어점은 새로워진 매드포갈릭의 방향성을 담은 첫 번째 리뉴얼 매장입니다. 매드포갈릭의 리뉴얼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K-컬쳐를 접목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번 리뉴얼로 메뉴 가짓수는 37개에서 35개로 줄었습니다. 신메뉴는 K-컬쳐와 K-푸드를 접목했으며 수제 라구 소스와 갈릭 크림치즈를 곁들인 '매드 라자냐', 한국식으로 해석한 이탈리안 '해장스프'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의 시그니처 메뉴 11개는 품질 향상을 위해 식자재와 구성을 변경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를 포함해 전 메뉴를 개편했습니다. 소비자 취향과 트렌드를 접목해 신메뉴를 도입했습니다. 먼저 식전빵 '매드번' 무료 제공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마늘 모양 갈릭 우드 트레이에 갈릭 스프레드와 매드번이 서빙됩니다. 무한리필과 포장이 가능합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메인인 스테이크 메뉴를 강화했습니다. 육즙이 향상되도록 기본 용량을 200g에서 300g으로 변경했습니다. 특히 매드포갈릭의 ‘소스 푸어링 스테이크’로 각 부위별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입니다. 새롭게 구축한 재고관리 전산화를 통해 모든 스테이크 메뉴는 보관 온도의 실시간 체크와 표준화된 에이징 관리로 품질을 높였습니다. 시그니처 스테이크 세트, 프리미엄 본-인 립아이 스테이크 세트 등 세트 메뉴도 도입했습니다. 특히 런치세트의 경우 메인메뉴 1종에 식전빵, 스프, 에이드, 후식 등을 더한 풀코스 구성이며 메인메뉴 단품 가격에 1000원을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런치세트 이용시간은 평일과 주말 모두 오후 4시까지로 늘렸습니다. 밝아진 인테리어도 리뉴얼의 핵심 요소로 꼽았습니다. 그간 패밀리레스토랑은 내부 조명과 인테리어를 대체로 어두운 톤으로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영등포타임스퀘어점은 이러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남녀노소가 찾을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밝고 따뜻한 무드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매드포갈릭은 아웃백 등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으로 고객 타겟층의 다양화를 꼽았습니다.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20~30대를 적극 공략한다는 경쟁사와 달리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 모델을 제시한다는 게 매드포갈릭 입장입니다. 런치세트 이용시간을 경쟁사들 대비 1~2시간가량 길게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매드포갈릭 관계자 "마늘은 국내산 의성마늘을 포함해 다른 지역 마늘도 쓰고 있다"며 "마늘은 계절마다 맛이 달라지는 식재료라서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세밀하게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영진 교체 이후 식자재 관리도 예전보다 잘 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리뉴얼 효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습니다. 엠에프지코리아에 따르면 영등포타임스퀘어점 리뉴얼 이후 매출이 직전 주말 대비 37% 증가했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도 긍정적인 후기와 검색량이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가족 구성 변화와 지속하는 고물가로 패밀리 레스토랑업계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서도 엠에프지코리아는 올해 인수합병과 리누얼을 계기 삼아 오히려 품질을 끌어올리고 고객 접접을 넓힌다는 복안입니다. 임마누엘코퍼레이션은 올해 9월 엠에프지코리아 지분 100%를 5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매드포갈릭은 현재 전 매장의 상권 재분석과 평가를 통해 환경 개선 또는 리로케이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등포타임스퀘어점에 이어 현재 서울 광화문디타워점과 용산아이파크점,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과 대전신세계 Art&Science점의 환경개선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2개 지점이 예정됐습니다. 내년까지 총 14개 매장에 부분 또는 전체 환경 개선과 1개 지점의 리로케이션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엠애프지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 리뉴얼 방향에 따라 고객을 위한 매장 환경 개선,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 강화는 계속될 것이며 가성비가 결합된 혜택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고객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을 이어가며 내년에는 최소 4개 매장 신규 출점을 목표로 고객 접점을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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