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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진단]더코디 ①목욕탕과의 내밀한 거래?…줄줄 새는 회삿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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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6, 2023, 09:10:30

자금난 속 120억원 들여 비상장업체 인수·합병 결정
서울 소재 목욕탕 내 법인으로 흘러들어간 회사 자금
'상폐' 에이치엔티·페프로민 등 회삿돈 유출 악몽 오버랩

 

 

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코스닥 상장사 더코디(옛 코디엠)가 120억원을 투입해 지이티플러스라는 비상장 업체를 사들이자 또 다시 회사 자금이 유출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8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재차 대규모 회삿돈을 투입한 것. 더구나 거래 상대방은 서울 시내 한 목욕탕에 등록된 정체 불명의 법인으로 드러났다.

 

더코디는 과거 이엔케이컨소시엄을 통해 에이치엔티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상장폐지되며 회수에 실패한 바 있다. 1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바이오 업체의 평가액도 현재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영업 부진에 8년째 적자..비상장사 인수에 통큰 베팅?

 

25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코디는 지이티플러스와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지난달 27일 인수한 뒤 곧바로 흡수 합병을 시도하며 한 몸이 되기로 한 것.

 

더코디는 플러스현으로부터 지이티플러스 지분 82.85%를 120억원에 양수했다. 지이티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포함해 총 10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더코디는 지이티플러스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전기차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무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자금이 외부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코디는 지난 2016년부터 8년째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상반기 기준 결손금은 380억원대에 달하고 자본총계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채무상환자금과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고, 지이티플러스 인수를 위해 40억원을 추가로 CB를 통해 조달했다. 적자가 이어지고, 빚을 갚기 위해 CB를 발행하는 상황 속에서 100억원대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상황이다.

 

더코디 관계자는 “전장 쪽 수주 마진율이 좋아서 지이티플러스 인수를 통해 신사업 확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대금은 목욕탕 내 정체불명 법인으로

 

취재 결과 지이티플러스 인수 대금이 흘러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서울 시내 한 목욕탕이다. 더코디는 지이티플러스 지분을 플러스현이라는 법인으로부터 매수했다. 이 법인은 서울 마포구의 한 목욕탕 안에 등록돼 있다.

 

해당 목욕탕에서 만난 플러스현 핵심 관계자는 “지이티플러스 지분을 언제 매수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차익 실현 규모는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월까지는 지이티플러스 지분을 이완희, 주해중 씨 외 14인이 보유했다. 하지만 더코디가 플러스현으로부터 지분을 매수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거래 직전에 개인들이 지분을 하나의 법인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감사 보고서 기준 이완희, 박종희, 주해중, 박종환 씨가 지이티플러스 지분을 각각 23.93%, 16.11%, 41.47%, 6.96% 보유했다.

 

시장에서는 현금이 사실상 이완희, 주해중 외 14인 개인들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에는 더코디의 4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납입한 박종희 씨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CB 납입 대금은 그대로 지이티플러스 인수에 쓰이면서 결과적으로 지이티플러스 매각 대금 대신 더코디 CB를 받은 상황이 됐다.

 

해당 내용에 대해 더코디에 문의했지만 더코디 관계자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경북 구미시에 본사를 둔 지이티플러스는 지난 1973년 설립돼 코일, 변성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재작년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7억원, 올 상반기에는 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다만 올 상반기 손익계산서와 종속회사의 손익계산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은 결과치다. 아울러 이 수치는 100% 종속사인 대신전연천진전자(유)의 손익계산서를 단순 합산 후 주요 내부거래를 제거한 값이다. 

 

투자 후 상폐·장부가액 1/10 토막..악몽 재현되나

 

더코디는 과거부터 바이오 신사업 추진 및 상장사 지분 투자를 단행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부재하다. 수백억원을 투자한 에이치엔티는 지난해 상장폐지를 당했고, 바이오 사업의 희망을 안고 투자했던 미국 법인의 평가액은 10분의 1 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코디는 지난 2018년 이엔케이 컨소시엄에 회삿돈 202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이엔케이 컨소시엄은 현재는 상장폐지된 이에스에이(현 세영디앤씨) 투자를 통해 수익을 냈다.

 

이듬해 이엔케이 컨소시엄은 해당 자금을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현 미래오토스, 이하 에이치엔티)에 투자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한국전자로부터 지분을 일부 매수해 최대주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에 오른 후 약 한달만에 에이치엔티는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게 된다. 당시 외부 감사인은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평가의 적정성과 회계처리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기에 라임 펀드 사태와의 연관성을 의심 받아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결국 에이치엔티는 지난해 상장폐지 당하고 더코디가 투자했던 투자금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또한, 더코디는 지난 2018년 페프로민바이오라는 바이오 업체에 투자를 시작해 지금껏 총 106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해당 지분의 평가액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10분의 1 토막이 나며 올 2분기 기준 11억원의 평가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외부로 거액의 회삿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부재한 채 자금만 빠져나가고 있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더코디의 경우 회삿돈이 외부로 빠져나간 사례가 많다 보니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지이티플러스의 인수가 회사에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코디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등의 사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2020년 이후에만 최대주주가 4차례 변경됐고, 지난해 9월 사명을 코디엠에서 더코디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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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남 기자 Ear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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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권 상실 되풀이 없다…반도체·AI·에너지로 새 100년 연다”

이 대통령 “국권 상실 되풀이 없다…반도체·AI·에너지로 새 100년 연다”

2025.08.15 13:22:59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120년 전 을사년의 국권 상실을 되풀이할 수 없다”며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 기후위기 등 복합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며 "힘들더라도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집중 육성 ▲에너지 고속도로 등 인프라 전환 가속화 ▲문화산업 글로벌 확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대외관계에서는 일본과의 실용 협력 기조를 유지하되 신뢰를 전제로 한 '미래지향적 상생'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 발전에 있어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면 AI 시대의 도전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신뢰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에서는 흡수통일론을 폐기하고 적대행위 중단을 천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은 원수가 아니며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며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교류·협력 기반을 회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광복 80주년 경축사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5,200만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감격으로 환하게 밝힌 그 빛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에 대한 불굴의 의지, 주권회복의 강렬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었습니다.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닙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정하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입니다. 지난 8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취를 이뤘습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존경하는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문화강국의 꿈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우리말로 노래 부르고, 영화, 드라마, 만화, 문학 등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독립투사들과 애국선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책임입니다.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두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외면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과연 누가 공동체를 위해 앞서 나서겠습니까?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르신 분들에 대하여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공동체도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독립투쟁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그리고 기록하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생존 애국지사분들께 각별한 예우를 다하고,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상 범위도 더 넓히겠습니다.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을 더욱 적극 추진하고, 서훈을 받지 못 한 미서훈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 모두가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빼앗긴 빛을 되찾고, 그 빛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3.1혁명의 위대한 정신이 임시정부로 이어졌고, 한반도 삼천리 방방곡곡을 넘어, 온 세계에서 독립투쟁의 불길로 번지며 마침내 우리는 다시 빛을 되찾았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독재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도 소중한 빛을 지켜내 왔습니다.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빛을 환하게 밝혔고, 세계사에 없는 두 번의 무혈 평화혁명으로 이 땅이 국민주권이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선언하였던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은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 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았고, 빛이 있기에 어둠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광복으로 찾은 빛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독재와 내란으로부터 지켜낸 빛이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냅시다. 그것이야말로 '빛의 혁명'의 진정한 완성이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선조들은 고난 속에서도 부강한 나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동양의 평화를 역설했고, 침략의 아픔에도 높은 문화의 힘을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분단은 이 간절한 염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분단 체제는 국토를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 국민들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습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주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전쟁의 참화 속으로 우리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조들이 바라던 나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입니다.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위기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하나로 뭉쳐왔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을 딛고 목숨 바쳐 독립을 쟁취해 낸 것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산업화를 이뤄낸 것도, 금 모으기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것도, 그리고 무장병력을 동원한 내란에서 헌정질서를 지켜낸 것도 바로 우리 국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비로소 사라질 것입니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선조들이 바라던 부강한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단으로 인해 지속되어 온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적대 상태의 지속은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가 흔들릴 때 어떤 불행이 생기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가혹할 정도로 체험했습니다.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 발전의 필수조건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합니다.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집니다.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닙니다.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그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우리는 정의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입니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곧바로 이행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 그리고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습니다. 한편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입니다.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합니다.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크게 존재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합니다.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양국 국민 간 왕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연간 1천2백만 인적 교류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우리의 국력 또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럴 때 서로에게 더 큰 공동 이익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의 급격한 변화, 첨단기술 경쟁에 따른 산업대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의 이 복합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파도들이 시시각각 밀려올 것입니다.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됩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가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합니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 난파될 것인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다시 도약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현재 우리 자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한걸음 뒤처지면 고단한 추격자 신세가 되겠지만 힘들더라도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것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하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도 더욱 갈고 닦아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이, 우리 국민들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우리의 앞날을 밝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왔던 것처럼, 우리가 나아갈 길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나라,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국민 여러분,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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