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협력해 보존처리가 절실한 국외 소재 한국문화유산의 보존·복원처리 지원사업의 첫 번째 작품으로 <평안감사향연도>를 선정했습니다.
11일 삼성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번 지원사업은 지난해 9월 삼성문화재단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외 소재 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과 관련한 제반 사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따른 것입니다.
<평양감사향연도>는 미국 피바디 에섹스박물관 (Peabody Essex Museum)이 소장한 작품입니다. 조선시대 평안도에서 열린 도과(道科)의 급제자들을 위해 평안감사가 베푼 잔치의 모습을 그린 8폭 병풍으로 급제자들이 대동강을 건너 평양에 들어오는 장면, 대로를 행렬하여 입성하는 장면, 평안감사가 선화당에서 급제자들을 만나는 장면, 부벽루에서의 잔치 및 연광정에서의 야간 잔치 장면, 대동강에서 뱃놀이 하는 장면 등이 각 폭마다 단독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안감사향연도>는 작품 전체적으로 묘사가 정교하고 안료의 수준도 높다는 점에서 매우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화면 곳곳에 금박 안료가 사용된 점도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작자 미상의 19세기 조선의 기록화로 정밀한 고증의 수준과 안정감 있는 필력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안감사향연도>는 충해(벌레먹음) 등으로 상하좌우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며 특히 부벽루 연회장면은 3분의 1가량 그림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노화로 인해 화견의 유연성이 떨어져 그림 전면에 걸쳐서 꺾이고 갈라짐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림이 그려진 당시에는 병풍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927년 미국 피바디 에섹스박물관에 입수 당시의 형태는 알 수 없으나 현재는 각각 떨어져 8장의 낱장으로 분리된 형태입니다.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에서는 그림의 뒤에 덧대어져 있는 오래되고 산화된 배접지를 제거하고 벌레먹음이나 다른 손상요인으로 없어진 부분을 그림의 재질과 동일한 종이와 화견을 제작하여 앞뒤로 메워줄 계획입니다.
메움에 사용하는 종이와 화견은 그림의 재질을 조사하여 재현제작하고 메움을 한 후에는 색을 맞추어 그림과의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한다. 또한 <평안감사향연도>와 동시대 유사 작품을 조사하여 현재 각각 떨어져 있는 작품을 조선시대 병풍의 형태로 원형 복원할 예정입니다.
<평안감사향연도> 보존처리 지원은 국내 사립미술관이 해외소재 문화재 보존·복원을 지원하는 첫 사례로 2025년 3월 중 보존처리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복원 이후 작품이 소장 기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심포지엄 등으로 선보이며 국내 관람객에게도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린다 로스코 하티건 피바디 에섹스박물관장은 "이 프로젝트는 2025년으로 계획된 한국실 개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문화재를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전문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아름다운 작품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바란다"고 기대했습니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안중근 의사 유물의 보존 처리 지원에 이어 작품의 상태가 온전치 않아 전시되지 못하고 있는 해외의 한국 문화재를 리움미술관이 축척한 보존처리 기술로 되살리겠다"며 "이런 노력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일을 꾸준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