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한미약품그룹은 에너지·소재 기업 OCI그룹과 '이종기업 간 통합'을 통해 한미의 정체성 유지와 기업가치 향상 등 '네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 현물출자 등을 통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OCI그룹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 지분을 10.4% 취득합니다. 계약 완료 시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릅니다.
한미그룹은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한미헬스케어 합병 후 부채가 늘어난 한미사이언스의 채무를 조기 상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IT솔루션 등 분야에서 ‘사업형 지주회사’로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1300억원대의 한미헬스케어 부채를 떠안으면서 채무 조기 상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받아 왔습니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가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입니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이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1500억원대 운영 자금도 확보했습니다. 통합으로 확보할 또 다른 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 운영 자금으로 쓰이게 될 전망입니다. 특히 한미그룹은 OCI그룹 계열사인 부광약품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광약품은 매출의 10~2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연구개발 중심 기업입니다. 한미의 R&D가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돼 있는 반면 부광약품은 우울증, 파킨스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 신약개발이 활발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사가 겹치는 주력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영업 부문에서의 시너지도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됐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한미그룹은 평가했습니다.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빅 파마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원 개발사가 해당 후보물질을 끝까지 개발해 상용화시킬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협상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OCI그룹이 한미의 경쟁력 있는 제품 수출에 활로가 될 거란 기대감도 나옵니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제품의 유통과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관련 유통 네트워크가 상이하지만, 각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미그룹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시에도 OCI와의 통합 시너지는 커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까지 한미그룹이 체결한 신약 라이선스 계약의 유형을 살펴보면, 한미그룹의 직접 영업이 가능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 영역을 상대 회사의 권리로 넘겨 왔습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상속세 문제 때문에 단기적으로 오너 일가 지분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 중장기적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인한 R&D 투자 동력 상실 및 기업 경쟁력 저하 등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의 정체성과 철학을 지켜내면서도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