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국내 유통 지도가 급변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시장을 양분했고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소비자 일상에 빠르게 침투했습니다. 1~2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은 전성기를 맞았지만 대형마트는 '최저가'와 '편의성' 사이 어디쯤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습니다.
고물가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화두는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입니다. 대형마트는 그룹 내 유통 계열사들과 연계 플레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마트와 슈퍼, 편의점을 넘나드는 합동 소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충성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통합(공동) 소싱(sourcing)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2022년부터 마트와 슈퍼가 통합 소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할인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간 기능 통합 움직임을 본격화했습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기존에 산발적으로 운영하던 다수 PB 브랜드를 합쳐 지난해 3월 '오늘 좋은' 통합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슈퍼는 간판과 홍보물, 인테리어를 롯데마트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연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마트와 슈퍼가 공동 기획한 '공구핫딜' 상품은 통합 소싱의 대표 사례입니다.
사전 물량 기획과 더불어 매입 물량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 결과 판매가격을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까지 낮췄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견과류, 세탁세제 등 총 40여개 상품을 운영하는 공구핫딜은 동일 상품군의 일반 상품보다 2배 가량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선식품에서는 절임 배추가 통합 소싱의 수혜를 누렸습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초 사전예약 기획 단계부터 배추 농가와 대량 계약을 시행해 약 550톤의 절임배추를 공동으로 준비하며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약 40일 간의 사전 예약 기간 마트와 슈퍼 절임배추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습니다.
1년여간 추진해온 통합소싱의 성과는 지난해 실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0.4% 증가했습니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받은 최대 규모 흑자에 해당합니다. 슈퍼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마트와 슈퍼는 기존점 매출이 각각 0.8%, 0.5% 올랐고 상품 구색 다양화와 통합 소싱을 바탕으로 매출총이익률을 1.1%p 개선했습니다. 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6% 증가하는 호실적에 기여했습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공동 소싱을 통해 양사에 축적된 소싱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을 더 좋은 조건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바잉 시너지가 극대화됐다"며 "파트너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계획 수립 및 일원화된 재고관리가 가능해져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이마트는 연초부터 유통 계열사 간 연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채양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대표에 취임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3사 시너지 창출'을 약속했습니다. 상품본부 통합체제로 변경되면서 통합추진사무국이 꾸려졌습니다.
지난 2월에는 한 대표 취임 이후 첫 통합 마케팅으로 이마트와 에브리데이의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를 개시했습니다. 주요 먹거리와 일상용품 등 54개 품목을 양사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출시 2주 만에 기획 물량의 31%가 팔리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시장 변화나 업종별 특성에 맞춰 공급망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기능 통합의 장점입니다. 이마트는 삼겹살데이 통합 행사를 진행하며 할인점에서는 삼겹살에 주력하고 에브리데이에서는 삼겹살과 맥주, 이마트24는 삼겹살 도시락을 판매하는 등 채널별 특성을 살리는 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 개선에도 외형 성장에는 실패했습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지난해 매출이 각각 2.9%, 2.7% 감소했고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맛봤습니다. 신세계건설 부진 영향이 크나 할인점만 놓고 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2.6%, 2.1% 줄었습니다. 수익성 개선과 매출 증대는 대형마트의 숙제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탑2를 형성하면서 쓱닷컴과 롯데온은 경쟁이 안 되고 있다"며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까지 상륙한 상황이라 기존 대형마트들은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형마트들은 통합 소싱을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고 원가를 절감해 마진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초저가 시장에 상대적으로 어떻게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 처절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