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지난 27일 막을 올린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는 유독 눈길을 끈 성화 봉송 주자가 있었습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성화를 든 채 건물 사이를 파쿠르와 프리러닝을 이용해 넘나드는 주자에 대해 국내 중계진은 '괴도 루팡'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주자는 프랑스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주인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주요 명소를 비롯해 나룻배에 아이들을 태우고 모나리자의 행방을 뒤쫓는 등 파리 곳곳을 누빈 '후드 쓴 주자'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에게 성화를 건넸습니다. 후드 주자는 개막식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어쌔신 크리드'는 역사적 사건들에 비밀 암살자 단체가 활약했다는 내용을 다룬 액션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입니다. 이 중 프랑스 대혁명 당시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파리의 명소들을 훌륭하게 재현해 호평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후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비소프트가 50만유로(당시 한화 약 6억원)을 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가 올림픽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회식에는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를 홍보하기 위해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기존 올림픽 개·폐회식에는 가수, 배우, 엔터테이너, 문학, 역사 등 개최국을 대표하는 문화와 산업이 주를 이뤘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 연이어 게임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제 게임 산업도 한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나아가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받고 정식 종목이 되기도 합니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리그 오브 레전드 등 7개 종목 선수들이 메달을 걸고 경쟁했습니다.
해당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e스포츠 강국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슈퍼마리오, 어쌔신 크리드와 같은 게임 IP(지적재산권)가 국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부상함에 따라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정부는 콘솔·인디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5개년 게임 산업 진흥책을 발표하고 2028년을 '게임산업 제 2의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6월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제3차 콘텐츠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 게임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 산업을 4대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경우 IP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의 슈퍼마리오를 직접적인 예시로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슈퍼마리오는 1981년 탄생한 이후 약 47조원의 누적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슈퍼 IP'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RPG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국내 게임 산업도 국가 지원을 통해 콘텐츠로서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국내에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IP가 게임을 통해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