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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진단] 라이프시맨틱스 ①상폐·유령법인·자본잠식…베일 속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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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05, 2024, 12:08:00

M&A 주체 정체 묘연..‘상폐’ 등 꺼림칙한 행보
대규모 CB 납입, 임총 이후로 예정 '요주의'
공시 전 이미 상한가..사전 정보유출 정황

 

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M&A(인수합병) 파고에 휩싸인 코스닥 상장사 라이프시맨틱스 인수 주체의 행방이 묘연하다. 과거 상장폐지된 법인을 두루 거친 인물도 등장한다. 라이프시맨틱스 주가는 호재 발표 전부터 이상 급등세를 보이는 등 M&A 과정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00억대 매출' 법인의 사무실은 어디에?

 

4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는 최근 스피어코리아라는 법인을 대상으로 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납입이 이뤄지면 스피어코리아는 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스피어코리아는 재작년 자본금 1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최광수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 스피어파워(옛 프로스테믹스) 대표에서 물러났는데, 그 이전부터 라이프시맨틱스 M&A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기준을 세워 인수 주체를 선정했고, 한 달 반의 시간을 들여 검증했다"고 말했다.

 

 

상장사 대주주를 예고했지만 이 법인은 행방이 묘연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주소지에 스피어코리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100억원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등록 주소지에 상주 인원도 없는 상황. 건물 관리인은 "스피어코리아라는 업체는 처음 들어본다"며 "해당 사무실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곳에는 벳서플라이라는 업체가 자리하고 있다. 벳서플라이는 임인규 씨가 주요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 씨는 지난해 스피어파워 M&A 과정에 등장한 인물이다. 스피어코리아 핵심 인물인 김태경 씨는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소 변경을 준비 중"이라고 해명을 시도했고, 임 씨는 "두 달 전부터 스피어코리아 측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태경 씨는 과거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에서 활동한 인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미국 국적으로 김마이크태경, 마이크김태경 등의 이름을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과거 원영식 전 초록뱀 회장과 같은 시기에 무한투자라는 상장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원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컨티넨탈홀딩스(옛 에스제이얼라이언스파트너스, 이하 컨티넨탈)와 함께 무한투자에 등장했다. 그는 2010년 7월까지 컨티넨탈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김 씨는 무한투자 감사로 2010년 3월부터 2012년까지 활동했고, 무한투자는 2012년 상장폐지됐다. 김 씨는 이 밖에도 케이엔씨글로벌, 브이오산업(옛 모라리소스) 등 상장폐지 된 업체들을 두루 거쳤다.

 

이후 김 씨와 컨티넨탈은 스피어파워 M&A 과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스피어파워는 지난해 스피어파워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조합 대표와 업무집행자에는 각각 컨티넨탈과 김 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후 컨티넨탈 대표 임 씨는 스피어파워 사내이사에 진출했다.

 

유령법인의 머니게임? 대규모 납입 가능할까

 

라이프시맨틱스는 스피어코리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증 외에도 CB 발행, 대주주의 구주 매각 등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최근 플리트 파트너스(이하 플리트)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CB 발행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올해 4월 자본금 1000만원에 만들어진 신생법인으로 선아람, 이경순 씨가 주요 인물에 등재돼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소재 주소지를 방문한 결과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 근무자를 만날 수 없었다.

 

 

구주 인수 주체도 행방이 묘연하다. 럭키W신기술투자조합1호와 지오에너지링크는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로부터 각각 150만여주의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한 상태다. 럭키W신기술투자조합의 최다출자자와 대표조합원에는 각각 하이볼1호조합과 위드윈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오에너지링크 서울 강남 소재 등록 주소지 또한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오에너지링크는 재작년 자본금 5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정순교 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사회 장악 후 자금 납입 규모가 축소 또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을 경우 예치금 몰취 등 안전장치는 마련해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피어파워조합 등은 과거 스피어파워 유증, CB 발행 과정에서 수차례 납입을 미뤘고, 이 과정에서 유증 규모는 당초 74억원에서 46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오는 9월 4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증 납입일과 구주 대금 납입일은 이보다 앞선 각각 9월 2일과 3일로 예정돼 있지만, CB 납입 예정일은 임시 주총 이후인 9월 20일이다.

 

공시 전 이상 급등한 주가

 

이런 가운데 라이프시맨틱스 주가는 호재 발표 전부터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회사는 지난달 22일 18시 경에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포함해 대규모 자금 조달 소식을 공시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라이프시맨틱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갑작스러운 대량 매수세가 유입됐다. 공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700원대를 형성하던 주가는 순식간에 2000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호재 발표 이튿날에는 장 중 한 때 2900원대를 기록한 뒤 차익 매물에 밀려 급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라이프시맨틱스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 규모는 7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결손금은 472억원에 달하고,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 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2회차 CB 보유자들의 풋옵션(조기 상환 청구) 행사도 재무에 부담을 줬다. 이 CB의 전환가는 당초 9329원이었지만 주가 부진 등의 이유로 리픽싱(전환가 조정)이 이뤄졌고, 6652원까지 전환가를 낮췄다. 하지만 지속해서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자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6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108억원에 달해 매출액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5억원, 2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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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희 기자 br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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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국권 상실 되풀이 없다…반도체·AI·에너지로 새 100년 연다”

이 대통령 “국권 상실 되풀이 없다…반도체·AI·에너지로 새 100년 연다”

2025.08.15 13:22:59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120년 전 을사년의 국권 상실을 되풀이할 수 없다”며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전환을 축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 기후위기 등 복합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며 "힘들더라도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집중 육성 ▲에너지 고속도로 등 인프라 전환 가속화 ▲문화산업 글로벌 확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대외관계에서는 일본과의 실용 협력 기조를 유지하되 신뢰를 전제로 한 '미래지향적 상생'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 발전에 있어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면 AI 시대의 도전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신뢰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관계에서는 흡수통일론을 폐기하고 적대행위 중단을 천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은 원수가 아니며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며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교류·협력 기반을 회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광복 80주년 경축사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5,200만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감격으로 환하게 밝힌 그 빛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에 대한 불굴의 의지, 주권회복의 강렬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었습니다.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닙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정하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입니다. 지난 8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취를 이뤘습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존경하는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문화강국의 꿈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우리말로 노래 부르고, 영화, 드라마, 만화, 문학 등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독립투사들과 애국선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책임입니다.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두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외면한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과연 누가 공동체를 위해 앞서 나서겠습니까? 공동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치르신 분들에 대하여 예우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공동체도 더욱 튼튼해질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독립투쟁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그리고 기록하고,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생존 애국지사분들께 각별한 예우를 다하고,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상 범위도 더 넓히겠습니다.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을 더욱 적극 추진하고, 서훈을 받지 못 한 미서훈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 모두가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의 굴곡진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빼앗긴 빛을 되찾고, 그 빛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3.1혁명의 위대한 정신이 임시정부로 이어졌고, 한반도 삼천리 방방곡곡을 넘어, 온 세계에서 독립투쟁의 불길로 번지며 마침내 우리는 다시 빛을 되찾았습니다. 분단과 전쟁의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독재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도 소중한 빛을 지켜내 왔습니다.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빛을 환하게 밝혔고, 세계사에 없는 두 번의 무혈 평화혁명으로 이 땅이 국민주권이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선언하였던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은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 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았고, 빛이 있기에 어둠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광복으로 찾은 빛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독재와 내란으로부터 지켜낸 빛이 다시는 꺼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냅시다. 그것이야말로 '빛의 혁명'의 진정한 완성이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선조들은 고난 속에서도 부강한 나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동양의 평화를 역설했고, 침략의 아픔에도 높은 문화의 힘을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분단은 이 간절한 염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분단 체제는 국토를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장벽이 되어 우리 국민들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습니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민주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전쟁의 참화 속으로 우리 국민을 몰아넣으려는 무도한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조들이 바라던 나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입니다.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위기 앞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하나로 뭉쳐왔습니다. 나라 잃은 슬픔을 딛고 목숨 바쳐 독립을 쟁취해 낸 것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산업화를 이뤄낸 것도, 금 모으기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것도, 그리고 무장병력을 동원한 내란에서 헌정질서를 지켜낸 것도 바로 우리 국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비로소 사라질 것입니다.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선조들이 바라던 부강한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 국민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단으로 인해 지속되어 온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입니다. 적대 상태의 지속은 남과 북 주민 모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평화가 흔들릴 때 어떤 불행이 생기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가혹할 정도로 체험했습니다.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 발전의 필수조건입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숱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지던 남북 대화가 지난 정부 내내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합니다.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집니다.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닙니다.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그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우리는 정의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관통하고 있는 정신입니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곧바로 이행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공리공영·유무상통 원칙에 따라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 그리고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습니다.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습니다. 한편으로,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입니다.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합니다.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크게 존재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합니다.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합니다.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입니다. 6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양국 국민 간 왕래는 1만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연간 1천2백만 인적 교류의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우리의 국력 또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럴 때 서로에게 더 큰 공동 이익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믿습니다.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의 급격한 변화, 첨단기술 경쟁에 따른 산업대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전환의 이 복합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파도들이 시시각각 밀려올 것입니다. 급변하는 질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게 됩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가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합니다. 높은 파도에 휩쓸려 난파될 것인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다시 도약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현재 우리 자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한걸음 뒤처지면 고단한 추격자 신세가 되겠지만 힘들더라도 반걸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될 것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하여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도 더욱 갈고 닦아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되찾은 자주독립의 빛이, 우리 국민들이 이룬 민주주의의 빛이 우리의 앞날을 밝히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왔던 것처럼, 우리가 나아갈 길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가득한 나라,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국민 여러분,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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