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만성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코스닥 상장사 라이프시맨틱스가 메자닌(CB, BW 등 주식연계채권) 발행 한도를 시가총액의 5배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발행할 주식 총수도 5000만주에서 5억주까지 10배 가량 늘려놔 향후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유상증자로 이달 말 상장되는 38만여주가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달 스피어코리아라는 정체가 묘연한 법인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업체의 핵심 인물인 김태경 씨는 과거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에서 활동했던 인물이다.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CB 납입 주체 역시 뚜렷한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채 손바뀜이 분주한 양상이다.
"200억 넣겠다"는 주체의 이상 행보
1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시맨틱스의 200억원 규모 3회차 전환사채(CB) 납입일이 다음달 15일로 예정돼 있다. 납입 대상자는 플리트파트너스라는 법인으로 당초 지난달에 돈을 넣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연된 상황.
올해 4월 자본금 1000만원에 만들어진 플리트파트너스는 서울 강남구 소재 공유오피스에 이름만 올려둔 법인이다. 당초 1998년생인 선아람 씨가 대표로 올라있다가 수개월 뒤 빠졌고, 지난달 유윤미 씨가 대신해 대표에 이름을 올려둔 상태다.
유 씨의 이력을 살펴보면, 지난해 니케1호투자조합의 대표조합원으로 엑스플러스(옛 하인크코리아) M&A(인수합병) 과정에 등장했다. 이 조합은 엑스페릭스 등과 함께 구주를 사들였다. 엑스페릭스로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엑스플러스는 보통주 1주당 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진행했다. 지난 4월에는 엑스플러스가 다시 M&A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잔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대주주 변경은 무산됐다.
이 조합의 조합원들은 지난 7월 조합에서 탈퇴하며 엑스플러스 주식 500만주를 배분받았다. 그 다음달 니케1호투자조합은 보유 중이던 500만여주를 장내에서 집어던졌다. 이 무렵 1599원(8월 1일 종가 기준)을 형성하던 엑스플러스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락했고 최근 40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유 씨는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행방 묘연한 대주주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달 스피어코리아로 대주주가 변경됐다. 스피어코리아는 재작년 자본금 10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최광수, 김태경 씨가 주요 인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법인은 지난해 스피어파워 M&A 과정에 등장했다가 라이프시맨틱스로 자리를 옮겼다.
스피어코리아 주소로 등재된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지만 업체 간판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스피어코리아는 지난달까지 등재돼 있던 강남구 논현동 건물에서도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논현동 건물 관리인은 "스피어코리아라는 업체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핵심 인물인 김태경 씨는 과거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에서 활동했던 인물로 이번 M&A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피어코리아 최광수 대표 밑에서 재무를 담당했던 마이크(한국 이름 김태경)가 FI(재무적 투자자)를 끌고 와서 딜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시맨틱스 주가는 M&A 전후로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7월에는 최대주주 변경과 대규모 자금 조달 내용이 공시되기 전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갑작스러운 대량 매수세가 유입됐다. 7월 초 1800원대를 형성하던 주가는 3000원 중후반대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회사가 최근 내놓은 각종 호재에 4000원대까지 점프한 상태다.
CB·BW 발행 한도, 시총의 5배로 늘려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현재 시가총액(833억원)보다 5배 가량 큰 규모다.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5000만주에서 5억주로 늘리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로 인해 향후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식 가치의 희석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회사가 발행을 예고한 3회차 CB의 경우 현재 발행 주식 총수(1999만여주)의 절반이 넘는 1000만여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최근 주가 수준이 전환 시점까지 유지된다면 대규모 차익 실현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당장 소액 유증으로 인한 신주가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라이프시맨틱스는 에이치와이조합, 이동화, 김주연, 박상균 씨를 대상으로 10억원 유증을 진행했고, 총 38만여주가 이번달 말에 상장될 예정이다. 해당 물량은 보호예수가 없어 상장 즉시 매도가 가능하다. 발행가는 2580원으로 현 주가 기준 상당한 차익을 보며 매도할 수 있다.
한편 라이프시맨틱스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은 지난해 말 53억원에서 상반기 말 6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결손금은 506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6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108억원에 달해 매출액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0억원, 43억원을 기록했다.
최병철 라이프시맨틱스 부사장은 "하반기에도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자본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액 유증 대상자는 스피어코리아 측 지인들로 재무 상태 개선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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