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정치권과 하계 인사는 한국 민주주의에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종현학술원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주의미래포럼'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6개월간 세계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주목했고 감탄했다"라며 "비상계엄에 맞서 헌법을 지키려는 국민의 열망과 헌법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우 의장은 이어 "극심한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 무한경쟁의 질서는 시민적 참여와 관용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라며 민주주의와 민생이 서로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 의장은 "오늘 이 포럼이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 김선혁 고려대 교수, 이선우 전북대 교수, 허성욱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했습니다.
포럼의 중심 의제는 '정치 양극화'였습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2021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국민 90%는 '서로 다른 정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매우 심하다'라고 응답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격변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을 고착화시켰으며 유권자들은 상대 진영에 대한 불신과 감정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승자독식 ▲선거제 개편 ▲다당제 활성화 ▲정치적 타협 구조 마련 등 실질적 제도 개혁을 통해 탈양극화 전략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콘텐츠 편향성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소수의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며 이들의 알고리즘은 민주주의나 사회 안정이 아니라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유럽 양쪽 모델 모두 한계가 있음을 강조하며 "콘텐츠 조정 기능을 거대 플랫폼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제3의 중립적 중개기관에 위임해야 한다"라며 대안으로 '미들웨어'(middleware)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포퓰리즘 정치인이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강력한 도구"라며 "이를 공공재로 보고 정부 차원의 규제와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도 이제는 소셜미디어의 공공적 성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더 이상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다"라며 "양극화의 고착은 구시대적 정치제도가 주범"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시민 교육 강화 ▲헌법 개정 ▲협치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 등을 제시했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과 협치하고 국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국회 중심의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결정문에서 국회의 책임을 지적한 대목을 인용하며 "지금의 권력구조는 책임정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선혁 고려대 교수는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둘러싼 국민적 합의와 이를 정치권에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동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민 공론화위원회의 상설화 ▲공론조사의 제도화 및 확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숙의민주주의 활성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도입·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현실적 대안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안하며 "비례대표 확대, 중대선거구제, 결선투표제 등 다당제 정착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허성욱 서울대 교수는 ▲AI가 인간의 합리적 선택을 대체할 가능성 ▲시장과 정치의 선택 충돌 ▲개인적 선택과 사회적 선택의 긴장 ▲기후변화 등 위험사회적 변수 ▲극단적 불확실성 하에서의 정책 결정 등 민주주의가 감당해야 할 미래적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민주주의는 결국 '누가',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끊임없이 갱신해 나가는 제도"라고 말했습니다.